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올해 유통업계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비대면’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자 온라인 몰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가도 온라인 배송 역량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반면 고객의 발길이 끊긴 오프라인 점포들은 폐점이 가속화됐다. 유통가들은 대신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개척하며 새로운 소비 주체로 등극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잡기에 집중했다.
28일 서울경제는 올 한해 유통업계 이슈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C.O.V.I.D’로 정리했다. ‘C’는 코로나19로 인해 고객 감소와 영업 제한 등의 위기를 겪은 코로나19 셧다운(COVID-19 shutdown), ‘O’는 판매 채널의 핵심이 된 온라인 쇼핑(Online shopping), ‘V’는 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MZ세대(young VIP), ‘I’는 업계를 억압하는 산업규제(Industry regulation), ‘D’는 고속 성장을 한 배달 시장(Delivery)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이를 한 단어(COVID)로 합치면 유통업계 변화를 초래한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의미한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오프라인 유통가를 위기로 몰아세웠다. 명동, 홍대, 가로수길 등 주요 쇼핑 상권에는 공실이 넘쳐나게 됐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생필품 소비를 제외한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올해 월평균 매출 증가율은 -3%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오프라인 점포들의 폐점도 잇따라 부실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던 롯데쇼핑(023530)은 올해 100여곳의 매장을 철수하며 정리에 속도를 냈다.
반면 온라인 쇼핑은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거래액은 약 130조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커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거래액이 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과 생필품까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급증하자 쿠팡, 11번가 등 기존 온라인 몰은 물론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까지 쇼핑 서비스를 강화하고 롯데, 신세계(004170) 등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새벽배송 물량을 크게 늘리고 스타벅스, 스타필드 등 계열사 오프라인 상품까지 입점시켜며 구색을 강화했다. 롯데도 올해 4월 롯데온을 본격 론칭하며 온라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온라인 주문이 일상이 되면서 유통가들의 타깃도 바뀌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를 잡기 위해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등 다양한 채널을 확대했다. 또 백화점은 VIP 문턱을 2030으로 낮췄고, 대형마트는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등 MZ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을 꾸준히 펼쳤다.
이 같은 노력에도 산업 규제는 여전히 업계를 짓눌렀다. 지난 9월 전통상업보존구역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현행 규제 존속 기간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또 의무휴업일 적용을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하고, 출점 제한 범위를 20배 확대하는 등의 규제 법안들이 우후죽순 발의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만 규제하는 역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일방적인 주장만 수용한 형태의 법 개정이 이뤄지면 전통시장을 포함한 유통업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시장 성장세는 무섭게 커진 배달 시장으로도 증명된다. 올해 배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장보기와 배달 음식 주문으로 역대 최대의 성장기를 맞았다. 쿠팡은 일시적 품절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온라인 주문이 몰리자 전국에 5개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백화점들도 배달 대행업체와 손잡고 배송 서비스를 확대했고, 대형마트들은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하며 온라인 주문 역량을 늘렸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음식 배달 시장은 라이더가 부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배달 주문 건수는 1억2,300만 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132%나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