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4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펀드와 선물·옵션 등 거래를 “더이상 하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인사 검증 업무를 했던 조 전 장관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35억원 주식 투기’ 논란을 겪은 뒤였다. 법원은 정 교수가 그 말을 들은 후 타인의 계좌를 빌려 차명으로 선물·옵션 거래를 했다고 보고 정 교수의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조국, 정경심에 "공직 동안은 거래 하지 말라" 부탁
당시 정 교수는 김 차장에게 “(남편이) 이번에 이미선 헌재(헌법재판관) 후보 사태를 보더니 자기가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은 아예 거래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카카오톡에 따르면 앞서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에게 펀드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사전 확인 후 문제없다고 했다고 한다. 또 관련 거래가 공직자재산신고에도 기재되었는데 문제가 없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이 재판관 관련 논란을 겪은 뒤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인사 검증 업무의 총책임자였다. 이에 야당은 이 재판관 논란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인사 검증 라인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에게 이 같은 말을 듣고는 “ETF(상장지수펀드), 선물, 옵션에서 내가 다 손실을 보았고 거래는 경록이가 일임하여 대리 거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은 “이제 더이상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에게 “손실을 봤다 안 봤다가 중요하지 않다”며 “그냥 논쟁의 씨를 제공하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김 차장에게 조 전 장관의 말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교수는 “예전처럼 위탁펀드나 해외펀드 뭐 이런 거 정도나 그리고 현금화되면 안전한 해외펀드나 창투(창업투자) 이런 것에 투자하자”고 김 차장에게 말했다.
이미선,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피고발…무혐의 받아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이같은 거래를 금지한 계기가 된 이 재판관의 ‘35억 주식 투기’ 논란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 3월 말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공개된 이 재판관의 재산 내역을 보니 전재산 42억6,000만원 중 83%인 35억원이 주식이었던 것.
특히 투자 금액의 70%에 달하는 OCI그룹 계열 회사인 이테크건설(17억4596만원)과 삼광글라스(6억5937만원)가 문제가 됐다. 당시 이 재판관의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2017년 OCI가 독일 회사로부터 제기당한 특허침해소송을 맡았던 것이 알려지면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의혹을 받았다.
이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주식 투자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4월10일 열린 청문회에서 “이번 기회에 제가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지적을 받고 많이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투자보다 주식 거래가 건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짧은 생각이 결과적으로 후보자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서 너무나 미안하다”며 “주식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이나 위법은 결단코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재판관 부부의 내부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2월30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영기)은 두 사람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정경심, 미공개정보 듣고 차명 거래…자본시장법 위반 유죄
한편 법원은 정 교수와 김 차장과의 이 카카오톡 대화를 정 교수의 차명 계좌 거래와 관련한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법원은 정 교수가 이 대화 직후인 4월23일 페이스북에서 만난 투자전문가인 이모씨의 대신증권 계좌로 파생상품 거래를 했다며 “파생상품 거래자금에 관한 재산등록의무를 위반하고, 나아가 파생상품 거래 사실을 숨길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정 교수가 이씨와 단골 미용사인 구모씨, 남동생인 정모씨 등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2018년1월부터 2019년9월경까지 총 868회에 걸쳐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와 백지신탁 의무 회피 목적으로 금융 거래를 했다고 보고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 정 교수는 해당 차명 계좌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더블유에프엠(WFM) 관련 미공개중요정보를 전해 듣고 WFM 주식을 사들인 데 대해 자본시장법 혐의 유죄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