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은행 업무를 보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영업점 내 고객 10명 제한 등의 조치로 은행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영업점마다 준수 여부도 제각기 이뤄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오후 1시 30분 하나은행 망원역 지점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6~7명의 고객이 객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점포에서 업무를 보려는 사람과 ATM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 이를 통제하는 청원경찰까지 엉켜 은행 안은 평소보다 혼잡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연말연시 특별 강화 대책’에 맞춰 은행권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를 올림에 따라 실내 대기 고객 10명 이내 제한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규정을 준수하느라 영업점 내부는 여유가 있지만 ATM 앞은 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3밀(밀폐·밀집·밀접)’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고객들은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대기해야 하지만 날이 추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업무를 마치고 나온 한 고객은 “20분 넘게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날씨도 춥고 눈까지 내리는데 밖에서 기다릴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원경찰 역시 고객들이 점포 내부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8일부터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기 공간(객장)에는 가급적 대기 고객을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한 칸 띄어 앉기 등으로 거리를 두는 한편 인원 제한으로 입장하지 못한 고객은 영업점 출입구 등에 ‘고객 대기선’을 표시해 고객 간 거리가 2m 이상 유지되도록 안내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월말과 연말이 겹쳐 은행 업무를 보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망원동 지점을 찾은 한 고객은 “월말에 돈 부칠 곳도 있고 연초에 은행이 문을 닫으니까 미리 업무를 보러 왔다”며 “전보다 영업 시간도 줄어서 그런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내려간 기온 탓에 고객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혼잡도를 고려해 은행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점포 밖에 대기할 것을 권유하자 “춥다”며 점포 안에서 대기하겠다는 고객들이 나와서다.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것을 알지만 월말과 연말연시에는 가뜩이나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많아서 영업 시간 이후까지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 정책이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영업점 상황에 맞게 운영하라는 것부터 제대로 지켜지기 쉽지 않은 상황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