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마지막 날 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때아닌 한국어 ‘떼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 새해맞이 행사에 초청된 방탄소년단(BTS)이 특설 무대에서 월드 히트곡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를 열창하자 팬들까지 한국어로 따라 부르며 축제의 장을 연출한 것이다. 2012년 이곳에서 ‘강남 스타일’을 불렀던 가수 싸이에 이어 K팝의 높아진 위상을 새삼 확인해준 날이었다.
매년 12월 31일이면 타임스스퀘어 광장은 새해맞이 인파로 북적인다. 화려한 공연과 함께 원타임스스퀘어 빌딩에서 이뤄지는 ‘볼드롭(Ball drop)’ 행사를 지켜보며 새해 첫날을 맞기 위해서다. 빌딩 옥상에 놓인 대형 크리스털 볼은 11시 59분 카운트다운과 함께 60초 동안 43m 지지대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새해 시작을 알린다. 볼드롭 행사는 1904년 뉴욕타임스가 본사 이전을 맞아 신년 축하 불꽃놀이를 개최한 데서 유래했다. 1907년부터 타임 볼 행사로 바뀌면서 자리 잡았다. 철제와 나무로 만들었던 원년의 볼은 그동안 네 차례나 교체됐고 조명도 전구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진화했다. 2009년 이후에는 직경 3.7m에 무게 5.4톤짜리의 크리스털 볼을 사용하고 있다. 행사에 앞서 존 레넌의 ‘이매진’이 연주되며 ‘올드 랭 사인’이 울려 퍼진다.
이번 볼드롭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40여 명의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날 축하 공연에서 여성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는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열창한다. 2020년 내내 지구촌을 괴롭혔던 코로나19에서 벗어나자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셈이다. 하지만 새해도 우리 삶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까지 겹쳐 백신 접종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경제 현실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경제단체장들이 기업 발목이나 잡지 말라고 호소하는 신년사를 내놓았겠는가. 이럴수록 규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새해에는 누구나 코로나19 고통에서 벗어나 희망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