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역사는 미래를 보는 눈입니다."

2020 고인돌 2.0 사업에 첫 참가

프랑스 역사 전공한 김선아 박사

"서양의 현재모습 여전히 미완"

"민주주의 자본주의 발전 위해"

"사건 맥락 이해 후 관점길러야"




“서양 역사를 모델로 우리 역사를 해석하면 자칫 서양은 선진국이라는 도식에서 빠지기 쉽습니다. 결국 동양은 열등하다는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역사의식이 자리잡게 되지요.”

2020년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사업에 처음 참가한 역사학자 김선아(사진) 박사는 “역사 공부에 앞서 과거의 기록을 이해하는 관점 즉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은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바꾸고 중 고등학생을 위한 인문학 강좌에 집중하기로 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프랑스 현대사를 전공한 김 박사는 올해 ‘차별을 넘어 통합으로: 혁명을 통해 본 권리 확대의 과정’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개설했다. 권리장전을 탄생시킨 영국내전(1640~1660),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미국독립전쟁(1775~1783), 모든 사람의 자유·평등·박애를 외친 프랑스혁명(1789~1799) 등 유럽과 미국의 정치혁명을 주제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어릴 때부터 역사 공부를 좋아했다는 김 박사는 “초등학생 때 역사(history)는 과거 사람들이 살았던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부모님께서 사 주신 세계사 전집을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니 역사에 푹 빠져버렸다”면서 “중학교 입학해서는 ‘역사 천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고, 자연스럽게 역사를 평생 공부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역사학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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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고등학교 때 역사 공부가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아쉬워했다. “역사 공부란 과거에 벌어진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신의 관점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만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는 교사 한 명이 한국사, 세계사를 모두 가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과과정 따라가기도 급급하다 보니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역사관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 등 역사 공부의 당위성을 올바로 알려주기가 어렵다. 결국 학생들이 역사를 단순 암기과목으로 인식하게 되는 결과로 귀결된다.”

역사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그는 “교사 스스로 역사관을 정립하지 않은 채 가르치다 보면 역사적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어렵다”면서 “과거에 벌어진 사건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그 사건이 어떻게 그리고 왜 터졌는지 알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건의 개요만 나열하다 보면 자칫 서양 사회를 무조건적으로 미화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김 박사는 “미래는 과거로부터 비롯되는데, 과거의 역사에서 벌어진 부조리함을 배우지 못한 채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면 사회적인 폐해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면서 “서양은 중세 봉건주의를 거쳐 근대에 이르면서 잇따르는 혁명으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고, 그 과정에서 부조리한 사회적인 제도를 고쳐왔기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다. 게다가 현재 서양 사회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시켜나가는 현재 진행형의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을 보는 관점을 키워준다면 오늘날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면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건전한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각성과 연대의식이 중요하다. 역사는 그것을 가르쳐주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에는 고인돌2.0은 10월 26일부터 온라인으로 무료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로 접속해 ‘서울시교육청 고전인문아카데미’로 검색하면 100여편의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한편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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