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스포츠는 썰렁했지만 뜨거웠다. 경기장 문은 닫히거나 좁아졌지만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집안에서 변함없이 ‘파이팅’을 외쳤다. 관중석 설치물에 얼굴 사진을 붙이거나 경기장과 연결된 화상 응원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한 팬들도 많았다.
2021년에도 스포츠계는 뜨겁다.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불꽃 튀는 경쟁과 선수의 땀, 팬들의 열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신축년 새해 스포츠를 주요 종목 라이벌 구도로 전망했다.
◇고진영 VS 김세영, 존슨 VS 디섐보=여자 골프 세계랭킹 1·2위 고진영(26)과 김세영(28)의 ‘넘버 원 전쟁’이 하이라이트를 맞는다. 고진영은 2020년 김세영의 턱밑 추격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 우승으로 막아내면서 화려한 예고편을 찍었다. 각각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나눈 고진영과 김세영은 도쿄 올림픽의 해인 새해에 여자 골프 금메달 라이벌로도 기대를 모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장타 대결이 투어 전체의 패권 전쟁으로 격화했다. 그 중심에 더스틴 존슨(37)과 브라이스 디섐보(28·이상 미국)가 있다. 2020년에 존슨은 마스터스를, 디섐보는 US 오픈을 각각 제패했다. 둘 다 드라이버 샷 평균 320~330야드의 장타로 콧대 높은 코스를 맹폭했다. 투어 챔피언십 등 한 해 4승을 쓸어담은 존슨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더 밝지만 디섐보는 더 강력한 장타를 연마 중이다. 주춤했던 타이거 우즈(46·미국)와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나란히 살아나 이룰 대결 구도는 새해에 투어와 팬들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메이저 대회 석권에 마스터스 우승만 남긴 매킬로이는 오는 4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일곱 번째 도전에 나선다. PGA 투어 2020~2021시즌은 7일 재개되며 LPGA 투어 2021시즌은 21일 개막이다.
◇득점왕 다투는 손흥민·살라, 벤치에서 만날 홍명보·이운재=1992년 출범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인 득점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해에 손흥민(29·토트넘)이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현재 11골로 도미닉 캘버트루인(에버턴) 등과 공동 2위라 2골 차 선두 모하메드 살라(13골·리버풀)와의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다. 손흥민과 1992년생 동갑내기인 이집트 출신의 살라는 2017~2018시즌 32골로 득점왕을 차지하고 2018~2019시즌에도 공동 득점 1위로 왕좌에 올랐다. 아프리카 선수로는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2007·2010년)에 이어 두 번째 득점왕이다. 지난달 맞대결에서 1골씩 주고받은 손흥민과 살라는 오는 1월 29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리턴 매치를 벌인다.
국내 축구에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감독인 홍명보(52·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의 현장 복귀가 새 시즌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몰고 올 예정이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K리그 라이벌전은 홍명보 울산 감독과 이운재(48) 전북 골키퍼 코치의 만남으로 더 풍성해졌다. 홍 감독과 이 코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선수로 월드컵 출전 경험이 나란히 네 차례씩이다. 김상식 감독으로 선장을 바꾼 전북은 리그 5연패, 홍 감독의 울산은 16년 만의 우승을 두드린다.
◇MLB 샌디에이고 VS 다저스, KBO의 소형준 VS 이민호=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2연패 앞길에 같은 지구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쏠쏠한 2루수 자원으로 평가받는 김하성(26)과 입단 합의에 이른 샌디에이고가 거물 선발 블레이크 스넬과 다르빗슈 유를 한꺼번에 영입하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디넬슨 라메트까지 에이스만 3명인 ‘슈퍼 로테이션’을 꾸린 샌디에이고는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장을 던진다.
KBO 리그는 2년 차 스무 살 선발투수의 자존심 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소형준(KT 위즈)과 이민호(LG 트윈스)가 주인공이다. 2020년에는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을 올린 신인왕 소형준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4승 4패, 3.69를 남긴 이민호도 눈여겨볼 만했다. 소형준이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듯 이민호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아 한 뼘 더 자랐다. 부상 관리 때문에 지난 시즌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한 이민호는 풀타임 선발 완주를, 상대 분석을 이겨내야 하는 소형준은 확실한 결정구 던지기를 새해 목표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