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 아스트라도 접종…투여 간격·백신 혼용 놓고 논란

4일부터 화이자까지 2종 투여

"효능 떨어져도 더 많은 이 맞게"

2차 접종시기 9주 뒤로 미루고

다른 백신 '교차 접종' 허용까지

英의협 "데이터 없이 도박 감행"

파우치 등 美 전문가들도 반대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이 옥스퍼드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백신도 접종하며 코로나19 잡기에 나선다. 화이자를 포함해 두 가지 백신 접종이 가능해졌지만 의학적 근거 없이 1회차와 2회차 백신의 접종 간격을 늘리고 서로 다른 백신을 혼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 시간) 가디언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이로써 영국은 12월 2일 승인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까지 두 가지 백신을 접종하게 됐다. 인도도 3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을 허가했다.

0435A14 백신별 각국 승인 현황 (35판)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가 새로운 백신 접종 지침을 내리면서 현장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이들은 21일 후 2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영국 정부가 원래 일정보다 9주나 뒤인 12주 이내에 접종하도록 지침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2차 접종 시기를 늦출 경우 효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도 접종 기간을 기존 4주에서 12주로 늘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서로 다른 백신 접종을 허용한 것도 문제다.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은 1차 접종 당시와 같은 백신을 구할 수 없을 경우 2차 접종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 스스로 “코로나19 백신의 상호 교환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밝혀 오히려 우려만 낳았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는 곧 비판을 받았다. 영국의학협회(BMA)는 성명에서 “노인들은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라며 “이들 수만 명의 접종 일정을 바꾸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의사협회(DAKU)도 당국이 일관성 있는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전략의 변화는) 엄청난 도박이며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없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백신을 제조한 화이자 역시 “백신의 임상 3상은 21일 간격으로 투여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1회차 접종 후 21일이 넘어도 바이러스 방어가 유지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혼용에 대한 데이터도 전혀 없다며 정부가 과학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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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자 당국은 대안 없는 위급 상황에서만 할 수 있다는 취지인 만큼 1~2회차에서 같은 백신을 접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는 2회차 때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미국은 영국의 전략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영국의 접종 간격 연장을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임상 시험을 통해 (2차 접종의) 최적의 시간을 모더나는 28일, 화이자는 21일로 했다”며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혼용에 대해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은)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며 “혼합된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은 평가되지 않았다. 2회 접종은 모두 같은 제품으로 완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과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만 7,72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같은 날 미국은 누적 확진자 수가 2,090만 명을 넘어섰다. 16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 상태인 셈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인구는 약 3억 3,077만여 명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중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앞으로 3주 내 8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CNN은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서는 중환자 병실이 없어 위독한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지난달에만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25%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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