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대못 박기' 공세에...中, 반격 예고속 협상 가능성도

■中 3대 통신사 美증시서 퇴출

中 '동등 대응' 논리에 맞춰

美 통신회사 제재 조치 등 예상

"美 차기 행정부가 관계 갈림길"

바이든과는 협상 기대감 피력

내달 양국 고위급 회담에 촉각




중국 3대 통신 회사의 미국 뉴욕 증시 퇴출이 예고되면서 새해에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보름 정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국 정책의 ‘대못 박기’ 차원에서 막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의 기대와는 달리 새로 취임할 조 바이든 행정부도 강경 노선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무역 분쟁에서 시작돼 전 분야로 갈등이 확산된 미중 관계는 4년째인 올해도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퇴출 대상으로 지목한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중국에서 통신 서비스로 허가 받은 정부 소유 기업들이다. 중국 내 통신 서비스 허가를 받은 업체는 이들 3개사가 유일하며 중국인들은 이들 중 하나의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차이나모바일은 1997년 중국의 대형 국유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이런 기업들을 퇴출한 것은 그만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기로 작심했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미 국방부는 이들 3개 국유 통신 회사를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미국은 자국의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퇴출시키는 방안도 마련 중이어서 뉴욕 증시에서 쫓겨나는 중국 기업은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앞서 중국의 통신 장비 회사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 금지를 시작으로 SMIC 등 반도체 회사, 하이크비전 등 폐쇄회로(CC(TV, DJI 등 드론 업체들로 제재 범위를 확대해 왔다. 중국의 각종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거나 연루된 것으로 여겨지는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비자를 제한하기도 했다.

미국 정계에서는 ‘레임덕’이 뚜렷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강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전에 중국 동영상 소셜미디어 업체인 틱톡의 매각도 밀어붙이고 있다. 틱톡 매각은 현재 미국 법원의 반대라는 장애물을 만났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는 강경하다. 사용 금지 규제 범위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로 확대되는 중이다.

이와 함께 캐나다에서 2년여를 끌고 있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인도 재판도 여전히 쟁점이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는 미국의 대중 공세의 최대 타깃인 화웨이 제재와도 맞물려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단기 대응할지에 대한 전망이 크게 두 가지로 갈리고 있다. 우선 중국 당국이 그동안 내세웠던 ‘동등 대응’ 논리에 맞춰 즉각적으로 미국 통신 회사에 대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다. 새해 벽두부터 일격을 받자 중국 상무부는 2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확고히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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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이 일단 지켜보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기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 역시 대중국 강경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확실한 조치가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 취임을 앞둔 현재가 중미 관계의 새로운 갈림길”이라면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1주년을 맞는 오는 2월이 주목받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2월 무역합의 시행 이후 6개월마다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시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한 만큼 2월 회담이 다시 열리게 된다. 이때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의 밑그림이 가시화될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 이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 미중 무역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2035년 이른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목표로 올해도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 내부적으로는 특히 올해 7월이 집권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어서 향후 추가 장기 집권을 위해 국민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강하다. 부유한 중산층 사회를 의미하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실현이 올해 목표이지만 실제 중국 일반인들의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새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공세를 강화하는 데 대해 중국은 바이든 새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스스로의 힘을 강하게 하기 위한 경제성장과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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