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스웨덴, 당파 이해 떠나 노동법 개정 대타협...그리스, 포퓰리즘 덫 빠져 청년층 실업 고통

희망을 준 정치, 절망을 준 정치...해외 사례

미래 세대를 위한 정치적 결단을 외면한 정치는 언제나 국민들을 절망으로 내몰았다. 반면 선진국일수록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타협을 일궈내며 “정치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포퓰리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1981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집권하게 된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무상교육과 무상 의료를 전격 도입했고 65세 이상 무주택자에게 월세를 지원했다. 취임 1년 만인 1982년에는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45.9% 인상했다. 이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밑천 삼아 총 11년간(1981~1989년, 1993~1996년)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재임 기간 동안 탄탄했던 그리스의 재정은 복지 분야로 과다 투입됐고 구조 개혁과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논의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결과 한때 세계 1·2위를 달리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5% 수준으로 추락했다.

1970년대 중도 우파인 신민주당이 만든 재정 건전성 원칙도 무너뜨렸다. 이 원칙 덕에 20% 선을 유지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약 10년이 지난 1993년에 무려 100.3%까지 치솟았다. 결국 재정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그리스는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한 지 29년 만인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고통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었다. 그리스 국민은 평균 월급이 3분의 1로 줄어 생활고에 시달렸고 고액 임금을 받던 공무원들 역시 연금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2018년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은 39.4%로 그리스 전체 실업률(19.3%)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가장 낮았던 2012년의 55.2%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기사



복지국가의 롤모델로 꼽히는 스웨덴은 여전히 정치가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최근 ‘고용 취약층과의 동행’을 위해 전통적 지지 기반의 이해관계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2018년 집권당인 사민당은 부유세 폐지, 가사 노동 관련 서비스의 세제 지원 등 우파 정책을 대거 수용하게 된다.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 계열의 자유당과 중앙당이 사민당이 주도하는 좌파 정부 구성에 동의하는 대신 정책 개혁을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스웨덴 좌우 정당들은 1974년부터 시행된 고용안정법 (LAS) 개정에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스웨덴에서는 회사가 피고용인을 해고해야 하는 불가피한 경우 가장 최근에 채용한 순서대로 해고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로 인해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은 강화되고 청년 실업률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스웨덴 청년 실업률은 최근 28.4%까지 치솟으면서 이웃 나라인 독일(5.8%)과 덴마크(12.2%)는 물론 EU 회원국 평균인 17.6%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합의안은 지난해 12월 초 전국노동자총연맹(LO) 산하의 산별노조인 지자체노조와 금속노조가 사용자 측과 전격 합의하면서 46년 만에 노동 관련 법 개정의 길을 열었다.

그리스와 스웨덴의 상반된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 정치에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당장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고 당내 지지 세력만을 위한 정치가 갈수록 득세하는 실정이다. 스웨덴처럼 미래 세대를 위해 핵심 지지 기반인 노조 등의 기득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 선진국에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과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진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