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치 실종에 이념대립·양극화 심화...대한민국이 갈라졌다

[신년기획-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상>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나

‘조국 사태’ ‘추·윤 갈등’에 둘로 쪼개져

여야는 '공수처법' 둘러싸고 극한 대립

전문가 "韓 사회갈등비용 年 최대 246조"

文 정부, 소주성·부동산 정책 등도 '불통'

국민 피로감·소득 불평등만 갈수록 커져

지난 2019년 10월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 대회’에서 참석 시민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19년 10월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 대회’에서 참석 시민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0월 12일 ‘제9차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19년 10월 12일 ‘제9차 사법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19년 10월 3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산 300만 명이 운집했다. 한국당 등 보수 정당과 시민 단체 등이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도심 곳곳에서 연 대규모 집회에서는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등은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에서는 청와대로 진입하자는 격한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 그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5일. 이번에는 서울 서초역 사거리 인근이 조 전 장관 지지 시민으로 가득 찼다. 사법적폐 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공식 집회 참가자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300만 명이 모였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참가자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향 약 1㎞ 구간의 차선을 차지하고 ‘검찰 개혁, 조국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참석자는 “조 장관 인권을 침해하는 ‘정치 검찰’을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으로 쪼개진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는 조 전 장관 지지층과 반대층 등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조 전 장관이 2019년 10월 14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른바 ‘조국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갈등이 채 봉합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추·윤 갈등’이 우리나라를 휘감았다. 지난해 초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년여간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끊임없이 대립했다.


국회는 국회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친여 정당은 2019년 4월 공수처법을 자유한국당과의 거친 몸싸움 끝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그해 12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하기까지 사실상 국회는 공회전했다.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거부권(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다시 처리되기까지 여야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쟁을 계속했다. 그 정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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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배척하고 상대 진영을 적대시하는 대립의 정치가 낳은 양 진영 간 극단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큰 비용을 초래했다. 우선 자기 확신 차원을 넘은 상호 불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내리게 되면서 도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념·계층·세대·남녀 대립을 분출하는 각종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 같은 반목과 대립의 골은 모든 이슈에 있어서 ‘공동의 이익’이 아닌 ‘자기 진영의 이익’을 추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국민은 정서적으로도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은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왼쪽 사진). 반면 청사 밖에는 추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지난해 11월 2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은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왼쪽 사진). 반면 청사 밖에는 추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갈등이 일상화하는 사회로의 진입은 나라 전체 경제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사회 갈등 지수와 1인당 국민소득과의 관계를 조사해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여섯 번째로 나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사회 갈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한 해 82조 원에서 2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회 갈등 지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면 경제 성장률이 연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한다. 대립의 정치가 기업의 발목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진보 진영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수준을 넘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고 좌파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불통’의 정치는 개개인의 삶도 황폐하게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수해온 소득 주도 성장 정책 기조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소득 양극화 심화에 직격탄이 됐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1분위(하위 20%) 월평균 소득은 163만 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 월평균 소득은 1,039만 7,000원으로 같은 기간 2.9% 늘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기준으로 4.66에서 4.88로, ‘시장 소득’ 기준으로 7.20에서 8.24로 각각 커졌다.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2020년 3·4분기 기준으로 1분위가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 이상 모아야 가질 수 있는 1억 원이라는 수익을 5분위는 불과 5개월 만에 아파트 가격 상승분만으로 올렸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억 4,000만 원이던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같은 해 12월 9억 5,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는 현재까지 총 스물다섯 번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라며 “국민을 ‘편 가르기’ 해서 갈등을 유발하고 그 갈등을 분노로 치환시킨다. 그리고 그 분노를 자양분 삼아서 정치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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