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날부터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민주당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이른바 ‘동교동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친문 지지층과 의원들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계속 주장할 경우 친문 지지층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로 꼽히는 설훈 민주당 의원은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출연해 사면론에 대해 “이 대표가 ‘이 얘기를 해야 한다’는 충정이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설 의원은 반발하는 당원들을 향해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 가라앉혀서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국난 극복을 할 수 있는 길이냐, 이를 통해서 여당은 국민들로부터 심판받는 것 아니냐”며 “이낙연 식 접근이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제안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면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면 제안을 언급하며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키고, 노사정 협의를 가동해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정치갈등 완화와 국민 통합에 긍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친문 성향의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안민석 민주당은 이날 라디오에서 “묻지마 식의 사면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만약에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면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첫 마디가 ‘정의와 진실이 승리했다’일 텐데 그럼 국민들이 잘못한 것이냐”며 “국민들이 사과와 반성하지 않는 사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한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정청래·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친문’ 강경파가 사면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개최한 후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사면 제안’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