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맏형 삼성전자(005930)의 성장판이 활짝 열렸다.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달간 40% 급등한 삼성전자는 4일에도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0만 원 고지를 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축년 첫 거래일인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47% 올라 역대 최고가(종가 기준)인 8만 3,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4일 종가(5만 8,500원)보다 41.9% 급등한 가격이다. 특별배당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어 배당락일 이후 가격 부담을 털어내고 추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개인의 공격적 매수세에 흔들림 없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날 장중 삼성전자는 8만 4,4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500조 원을 돌파했다.
연말연시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북돋은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12월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해 최근 2년간 최고 증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연초 시장은 연간 성장성이 밝은 종목에 수급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는데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를 불러 모았다. 이날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28.7% 증가한 46조 6,300억 원이다.
목표 주가도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로 역대 최고치인 10만 원을 제시했고 하이투자증권(9만 6,000원)도 높은 가격을 내걸었다. 오는 8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 11월 10조 1,600억 원에서 현재 9조 5,400억 원까지 내려왔지만 시장은 일회성 악재보다 메모리 업황 호조에 따른 견고한 수익성 개선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1·4분기 실적이 바닥을 다질 것”이라면서도 “D램 가격 전망치 상향과 파운드리 신규 고객 확보 등이 추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배수와 동행하는 특징이 있는 글로벌 유동성 증감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재평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반도체 업체의 설비투자 집행 여부 등이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로 거론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의 주문 증가에도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수준의 설비 투자비를 유지하면 올해 내내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 유동성 증가 속도의 유지 여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