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올 3대 경영애로는 "산업경쟁력 약화·규제·미중 무역분쟁"

[본지, 주요 119개 기업 설문]

■국내외 경영환경

"기업규제 3법에 성장동력 발목"

70%가 "투자계획 보수적으로"

"ESG 적극 대응 하겠다" 6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정상적인 기업 경영 활동을 가로막고 섰다면 올해는 각종 불확실성이 기업들을 움츠러들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공유 경제, 데이터 활용 등 미래 성장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반기업·친노동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산업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지속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미중 무역 갈등 지속 등 대외 변수도 적지 않다. 기업들은 결국 신사업 진출과 글로벌 시장 개척, 투자 확대를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에 두기보다 수익 개선 등 방어 경영에 기대고 있다.

‘산업경쟁력 약화’가 가장 부담




4일 서울경제가 실시한 기업 경영 설문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26.3%가 올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은 수십 년 묵은 규제에 발이 묶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앞서 가는 해외 기업과 기술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걱정(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라는 목소리가 산업계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24.6%는 올해 경영 부담 요인으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거버넌스 규제’를 지목했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전력해야 할 기업들이 지배 구조 규제 강화에 따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대한 방어, 지배력 강화에 힘을 빼야 하는 기업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신(新)행정부 들어서도 이어질 ‘미중 무역 분쟁(20.3%)’을 부담 요인으로 꼽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다음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16.9%)’ ‘노동조합법 개정 등 친노동 입법 현실화(10.2%)’ 등의 순이었다.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경영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기업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트렌드에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기업 66.4%가 ‘관심이 크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32.8%는 ‘관심은 많지만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관심이 크지 않고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0.8%에 그쳤다.

설비투자 계획


경쟁력 강화 ‘규제개혁’ 54.6%




올해 기업 경영 활동의 우선순위는 ‘수익성 개선(47%)’이었다. ‘신사업 진출(15.4%)’이 두 번째였지만 수익성 개선에 비해 응답 비율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다음으로 ‘매출 증대(11.1%)’와 ‘해외시장 진출 확대(9.4%)’ ‘신제품·신기술 개발(7.7%)’ ‘재무구조 개선(6%)’ 등의 순이었다. 투자 확대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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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절반 이상(54.6%)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규제 개혁’을 선택했다. ‘연구개발(R&D) 등 투자 강화(22.7%)’ ‘정부의 세제 지원(9.2%)’ ‘전문 인력 양성(4.9%)’ ‘노동 개혁(4.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 목표


매출 목표


기업 절반 “매출 0~5% 성장”

설문에 응한 기업의 35%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29.9%가 ‘1~5% 확대’로 답변한 것을 감안하면 기업 10곳 중 7곳 가까이가 0~5% 수준의 보수적 투자 계획을 설정한 것이다. 설비투자를 6~10% 확대하겠다는 비율은 15.4%였고 11% 이상 늘리겠다는 응답은 12.8%였다.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성장 목표치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 기업 10곳 중 4곳(40.7%)이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1~5% 소폭 늘어난 수준으로 설정했다.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잡았다는 비율도 11%였다. 사실상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0~5%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본 것이다. 6~10%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24.6%였고 11%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19.5%였다. 영업이익 목표도 마찬가지였다.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내다본 답변이 13.9%, 1~5% 확대가 36.5% 등 50%가량이 영업이익 목표치를 한 자릿수 초반대로 비교적 낮게 잡았다.

한재영·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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