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클래식 무대가 잇따른 공연 취소와 연기에 시달렸던 2020년의 아픔을 달랠 라인업으로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코로나 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변수이긴 하지만, 공연 주최 측은 규모를 최소화한 독주자 중심의 공연 편성·해외 아티스트의 2주 자가격리 등 할 수 있는 범위의 대비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어렵사리 완성한 2021년 라인업은 클래식 관객들의 억눌렸던 관람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올해 클래식 공연 일정 중에서는 국내외 명 피아니스트들의 연주회가 두드러진다. 김선욱은 종횡무진으로 1월 무대를 꽉 채울 예정이다. 지난해 거듭되는 연기로 아쉬움을 남긴 리사이틀(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에 이어 KBS 교향악단과의 지휘자 데뷔 무대, 바이올린 정경화와의 듀오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김선욱은 지휘자 데뷔 무대에서 당초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선보이려 했으나 수도권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를 반영, 프로그램을 짧고 작은 편성으로 변경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7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3월에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버르토크 협주곡과 함께 찾아온다. 데뷔 65주년을 맞은 그는 7월 13일과 11월 3일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모차르트 프로젝트’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임동민·임동혁 형제의 데뷔 이후 첫 듀오 공연도 3월 무대를 수놓는다. 두 사람은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판타지, 라흐마니노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을 연주한다. 뒤이어 4월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함께 관객을 만나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피아노 독주 무대도 기다리고 있다.
하반기엔 해외 피아노 거장들의 내한이 이어진다. 베토벤 해석의 권위자인 루돌프 부흐빈더가 9월 베토벤 협주곡 전곡(5곡)을 연주하고, 안드라스 쉬프(10월), 로버트 레빈(11월), 엘리 소 비르살라 제(12월)의 연주회도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내한도 기대를 모은다. 3월에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핀란드 출신의 1996년생 젊은 거장인 클라우스 마켈라가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 6월 한국을 방문한다. 도이치그라모폰이 2019년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한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8월 지휘자 얍 판 츠베덴,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무대를 꾸미고, 런던 필하모닉의 10월 내한 공연에서는 로빈 티치아티가 포디움에 오른다. 10월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가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 만들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각각 협연자로 나선다. 12월에는 1930년에 창단된 세계 최초의 방송 교향악단이자 영국의 대표 오케스트라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5월)와 요요마(10월)의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으며, 세계적인 디바 조수미가 12월 이탈리아의 실내악 그룹 이 무지치와 함께 투어 무대에 오른다. 조수미의 세계무대 데뷔 35주년과 이 무지치 창단 7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