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 사람]하성규 "의대-이공계 융합연구·기술사업화 주력..대학이 성장 엔진 돼야"

하성규 한양대 산학협력단장 겸 기술지주사 대표

교육·연구에 산단·기술지주·창업까지

학교서 숙식 해결하며 1인 5역 도맡아

임상 데이터에 AI 결합땐 가치 무궁무진

미국에서 인공척추회사 성공 경험 바탕

바이오·에너지 등 교수 창업 적극 권유

로열티 발판으로 재정 확대에도 도움

예순 넘어도 가능하다는 것 보여줄 것

하성규 한양대 산학협력단 단장 겸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대표가 대학 반지하 창고를 개조한 실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대학의 교원 창업 활성화 등 기술 사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하성규 한양대 산학협력단 단장 겸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대표가 대학 반지하 창고를 개조한 실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대학의 교원 창업 활성화 등 기술 사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단장님 혹시 어제도 저녁 만들어 드셨어요? 몸도 좀 생각하세요.” 하성규(61)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단장 겸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를 향한 한 직원의 아침 인사말이다.

그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 111호실에서 지난해 3월부터 야전침대와 부엌까지 갖춰놓고 숙식을 해결한다. 주말에만 경기도 광명의 집에 가는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도저히 출퇴근할 시간이 없다. 가급적이면 냄새가 나지 않게 저녁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한두 달씩 해외 출장을 다녀 혼자 해먹는 데 익숙하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떠 오후 5시까지 산단과 기술지주 일을 처리하다 저녁을 직접 지어먹는 경우가 많다. 이어 연구개발(R&D)을 의뢰한 유럽 등의 기업과 화상 채팅을 하거나 대학 올림픽체육관 반지하 창고를 개조한 실험실을 챙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새벽 3시가 되기 일쑤다. 토요일에는 화상으로 대학원생 수업을 한다. 교육·연구·산단·기술지주·창업까지 1인 5역을 하는 셈이다. 그는 ‘집에서 불평하지 않느냐’고 묻자 “덕분에 아내도 교사자격증을 살려 초중고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도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허허 웃었다.

하성규 교수(왼쪽)가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하성규 교수(왼쪽)가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교수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수주하는 연구비와 장비·특허를 관리하고 교원의 기술이전과 창업 등 기술 사업화를 유도하는 데 역점을 둔다. 교수들이 수주하는 정부 R&D비의 26~27%가량을 산단(단과대·학과 포함)이 간접비로 징수하는데 그 이상의 지원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저도 주로 외국 기업과 R&D를 하지만 기업 과제의 경우 한양대는 지난 15년가량 간접비가 15% 선에 그쳤다”며 “오는 3월부터는 19%로 올리는 것을 추진하려 한다. 교수들이 당장 불편할 수 있어도 추가 확보한 재원으로 융합 연구 지원을 늘리려 한다”고 했다. 그는 타 대학 가운데 산학 협력 연구비에서 떼는 간접비가 20~29%에 달하는 경우도 많아 이 정도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산단에서 과거에는 좀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는데 대학 R&D 생태계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열매를 맺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는 “저희 산단은 대학 1호 산단으로 인력이 110여 명인데 교수들의 훌륭한 연구 성과로 특허를 내도록 해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과 창업을 유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산단에서 교수들의 연구비와 장비 관리, 교원 창업 심사 등 기본 업무는 물론 기초·응용·개발 연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끔 특허 등록부터 창업 지원, 투자 유치 지원까지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했다. 이 중 교원 창업의 경우 대학 산단에서 특허권을 사오거나 실시권을 가져와 로열티를 내야 해 대학의 특허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 교수는 “일부 교수들은 ‘여전히 연구 과정에서 행정 부담이 작지 않고 산단이 특허 출원을 돕거나 산학 협력을 이어주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얘기한다”며 “정보기술(IT)로 연구 행정을 디지털화해 효율화함으로써 산단 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고령 사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바이오 생명과학 시대가 왔다며 의대와 이공계의 융복합 연구와 기술 사업화를 강조했다. 그는 “환자 임상에서 많은 데이터가 있는 의대 교수와 인공지능(AI) 분야 등의 공대 교수가 결합해 디지털 헬스케어, 신약 개발, 의료 기기 개발, 바이오 빅데이터 등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김우승 총장이 ‘실험실에서 시장으로’라는 정신으로 취임 첫해인 지난 2018년 의대와 이공대·약대 등이 융합 연구를 하는 메디슨엔지니어링바이오(MEB)센터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하 교수가 센터장인 복합재료혁신연구센터·배터리센터·극자외선노광기술센터·한양AI솔루션센터 등을 만들었다. 기업이 회비를 내고 대학에 의견을 구하거나 공동 R&D를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하 교수는 정부가 구상하는 여러 R&D 전략을 미리 파악해 교수들에게 제시하고 팀을 짜 제안서를 쓰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한 회사에 10여 명의 공대 교수들과 함께 방문해 기술제휴를 꾀하는 등 현장 파악에도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그는 “20여 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바이오X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을 보고 의대와 이공대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연구되던 것이 요즘 의료 기기로 나오는 것을 보면 감동적”이라며 “범부처 의료 기기 개발 사업에 대응해 의대와 공대 등에서 관심 있는 교수 120여 명으로 공동 카톡방을 만들어 서로 손을 내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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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기술지주 대표도 겸직하는 그는 교수 창업을 적극 지원하며 가능하면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들어올 것을 권유한다.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운영사인 한양대 기술지주가 1억~2억 원만 투자하면 정부가 R&D·사업화·마케팅비로 최대 10억 원 가까이 지원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회사는 팁스를 발판으로 외부 투자 유치도 유리해진다”며 “다행히 지난해 말 국회에서 대학 기술지주의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돼 대학과 창업 교수가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교수들이 창업할 때 대학에 주는 지분이 많아 개인적으로 창업하는 게 일반적인데 앞으로는 기술지주 편입을 더 고려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멘토링과 마케팅 연결 등으로 현재 19개에 그치는 자회사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현재 한양대 교원 창업 기업이 60여 개인 데 비해 자회사 참여율이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연내 50% 가까이로 높일 방침이다. 그는 “다행히 최근 2~3년간 실험실 창업 사례가 30여 개나 돼 희망적”이라며 “요즘 의대와 이공대가 융합한 바이오 창업과 공대의 에너지 분야 등이 유망해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미국 등에서는 대학에서 창업 교수들에게 특허 서비스와 기술 이전, 벤처캐피털 연결 등 사회와의 접점을 잘 찾아준다”며 “스탠퍼드대에서는 테뉴어(종신 교수)가 되면 대부분 창업에 뛰어들어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대학이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창업 교수들에게 특허 사용료를 수령하거나 외부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많이 받아 재정을 튼튼히 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2000년 스탠퍼드대 의대에 방문교수로 갔을 때 현지 신경외과 교수와 의기투합해 2002년 공동 창업한 뒤 2018년 이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며 ‘엑시트’한 경험이 있다. 그는 “목 디스크 때문에 척추가 무척 아파 공대 교수로서 근본 원리를 알고 싶어 신경외과로 안식년을 갔다”며 “내친김에 그쪽 교수와 함께 인공 척추를 개발해 특허도 내고 창업했는데 그게 바로 인공 척추 1류 기업인 스파이널키네틱스”라고 털어놓았다.

다만 그는 창업 2년 뒤 한양대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 부담이 커 스파이널키네틱스에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면서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엑시트 때 실상 큰돈을 벌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회사는 팔렸지만 제가 연구했던 기술이 환자를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스파이널키네틱스가 중도에 타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승소하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특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특허를 나중에 냈어도 연구 노트를 누가 먼저 작성했느냐를 따지더라”며 “평소 자잘한 것이라도 연구 노트에 잘 기록해둬야 한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나중에는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약 로열티 등으로 기술 이전료 수입이 한국 전체 대학의 두 배가 넘는 미국 프린스턴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의 기술 사업화 노력을 진지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교수 평가에서 논문뿐 아니라 특허 사업화, 창업을 통한 고용 창출과 매출 발생까지 본다”며 “국내 대학은 일반적으로 산업에 유용한 지식재산권(IP)이 많지 않아 특허 유지료와 연구자 보상비가 기술이전료보다 더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한양대 산단장과 기술지주 대표를 맡은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창업 전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연구 주제 중 하나가 수소 탱크인데 나이 60을 넘겨서도 실험실 제조업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제조업 창업이 가장 힘든데 다른 교수들에게 자극을 줘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교수가 무슨 창업이냐’는 문화가 남아 있는데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돼 대학 재정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방식대로 상아탑에만 안주하면 되겠느냐”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10개월가량 산단과 기술지주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전략을 짠 경험을 토대로 큰 틀에서 산학 협력과 교원 창업을 독려하면서 직접 창업 롤모델이 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he is.. △1960년 충남 대전 △1983년 한양대 기계공학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 1985년 석사, 1988년 박사, 1989~1991년 항공기계과 박사후과정 △1991년~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인공 척추 기업 공동 창업 △2014~2015년 브라질 정부 특별 초빙교수 △2011~2014년 프랑스 보르도대 초빙교수 △2016년~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이사 △2018년~ 한양대 복합재료혁신연구센터장 △2020년~ 한양대 산학협력단 단장 겸 기술지주회사 대표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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