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시민 '투표 참여'가 희망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중>혐오를 넘어 참여로

  정치권 '갈등 흡수·해결'엔 모르쇠…'무관심' 부채질

  총선 1년도 안돼 국민 10명 중 4명이 "지지정당 없다"

 "투표로 변하지 않는 현실 실망보다 '적극성' 높여야"

대구시 수성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지난해 치러진 4·15총선을 하루 앞두고 총선 후보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대구시 수성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지난해 치러진 4·15총선을 하루 앞두고 총선 후보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부채질한 것은 정치권이었다. ‘편 가르기’로 일관하며 ‘거리의 참여’를 정권 획득과 유지에 동원하려고만 했지 갈등과 불만족을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집권 세력은 야당과 비판 세력을 정치적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편 가르기는 지지층의 결집력을 높이는 데 유용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교육 문제 등 사회 전반에 적용됐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도 지지층에서는 ‘투기꾼’을 척결하는 방편으로 인식됐다. 조국 자녀의 대학 수시 전형 문제가 발생하자 하루아침에 정시 전형을 확대했고 이를 지지층은 공교육 강화라며 옹호했다. 야당의 태도도 비슷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태극기 부대’의 불만을 정당에서 흡수해 집권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거리로 나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회 갈등 해결을 양극단의 정치가 방해했다”며 “여야 각각의 지지층마저 정당을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정치 무관심층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숫자에 함몰된 승자 독식, 정치 효능감 ‘뚝뚝’=여론조사 회사 디오피니언이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새해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 ‘없다’는 답이 44.4%에 달하는 등 총선 1년 만에 정치 무관심층은 국민의 절반에 가깝게 늘어났다. 28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66.2%의 투표율이 무색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촛불, 태극기 부대 등 ‘거리의 정치’가 폭발했지만 이를 정당과 정부가 흡수하지 못했고 숫자에 함몰된 ‘승자 독식’이 ‘참여의 위기’를 강화하는 추세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촛불시위 이후 ‘참여의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투표와 제도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불만이 촛불이라는 광장에서 분출됐고 ‘태극기 부대’ 역시 거리의 정치로 불만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19대 대선 이후 투표율 상승조차 정치 효능감 반감의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촛불 이후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져 투표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임시 공휴일에 사전투표제도가 처음 대선에 적용되고 투표 시간이 8시까지 연장됐음에도 18대 대선보다 1.4%포인트밖에 상승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6·10항쟁 이후 정치적 효능감이 투표와 직결되는 사례로 꼽히는 13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89.2로 9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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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선거제도와 함께 지난 총선 출연한 기형적인 위성 정당도 정치 효능감을 떨어트렸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야당 지지자는 투표를 했지만 거대 여당의 탄생을 지켜봐야 했고 여당 지지자 역시 선거 이후 지지 이유와 다른 여당의 행보에 정치 무관심층이 확대됐다”며 “정치 효능감이 높은 유권자는 ‘친문 열성 지지자’ 외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축제의 장’ 선거 이후…일상의 ‘참여’가 희망=이처럼 총선을 치른 지 1년도 안 됐지만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형편에 또다시 올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시작된다. 오는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예정된 가운데 11월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진다. 결국 4월까지 ‘보선 정국’, 하반기에는 ‘경선 정국’, 12월 이후에는 ‘대선 정국’으로 정치 스케줄이 모두 선거로 꽉 채워져 있다. 빼곡한 정치 일정을 놔두고 정치 무관심층으로 남을 경우 ‘그들만의 리그’는 더욱 공고화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시민이 양극단의 대결의 정치에 동원되기보다는 시민이 정치 주체로서 판단하고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총선 1년 만에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현상”이라며 “쉬운 ‘투표’ 행위로 바뀌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기보다 선거 이후에도 ‘적극적인 참여’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투표를 통한 정당한 한 표 행사가 정부와 극단의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시민이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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