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질 게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확정이 이뤄지는 6일(현지 시간) 의회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최종 확정을 위한 상·하원 회의는 전격 중단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의원들이 급히 대피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의사당이 시위대에 점령당하는 무법천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상·하원이 합동회의를 열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는 오후1시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워싱턴DC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다 의회로 행진했다. 오후 1시께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주변을 둘러쳐진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 가까이로 진입했다. 경찰이 제지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후 이들은 의회 안으로 진입했다. 상 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됐으며 상원 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상·하원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피신했다. 상원 회의장에 난입한 이들은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우리가 (대선을) 이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후추 스프레이까지 동원했으나 시위대의 난입을 막지 못했다.
일부 시위대는 의회 안으로 진입해 상원 회의장에 진입했고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적힌 모자를 착용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가슴에 총을 맞아 위독한 상태라고 CNN이 전했다. CNN은 두 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이 같이 전하면서 총을 맞게 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전격 통금을 명령했다.
이를 해산하기 위한 주방위군과 연방 법집행 인력도 투입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방위군이 다른 연방 기관 인력과 함께 의사당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시위대가 의사당을 떠나라고 촉구하고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트윗을 올려 “미 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파괴는 반드시 멈춰야 하고 지금 멈춰야 한다”며 시위대에 대해 법 집행관을 존중하고 즉시 의사당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평화적인 시위는 모든 미국인의 권리이지만, 우리 의회 의사당에 대한 이 공격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관련자들은 법의 최대의 범위까지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동원된 주방위군은 약 1,100명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의회를 점거한 시위자들을 향한 영상 메시지에서 “지금 집으로 돌아가라”고 밝혔지만 대선이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계속 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사실상 시위를 선동하고 폭력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과 관련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공격을 당했다. 근래에 없던 일”이라며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출직 관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라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등불과 희망이었던 우리나라가 이런 어두운 순간에 다다른 것에 충격을 받았고 슬픔을 느낀다”며 “이 사태는 폭동에 매우 가깝다. 당장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