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더 큰 마스크 안 쓰려면 탄소 줄여야

■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톰 리빗카낵 지음, 김영사 펴냄




“예전에 마스크는 주로 감염병이 유행할 때 타인에게 병을 전파하지 않으려고 썼지만, 이제는 대기오염으로부터 자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쓴다.…대기오염과 지표 오존 농도가 심각해질 때 외출하려면 부자들만 장만할 수 있는 고가의 특수제작 얼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도 상승으로 대기 오염이 심각해진 2050년을 내다본 시나리오다. ‘가상’이라고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등에 기반했기에 ‘예측’이라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탄소배출량이 줄지 않아 기온 상승이 계속되는 미래, 공기 질이 나빠져 기침은 끊이지 않고 눈이 따가운 것은 일상이다. 공기를 씻어줄 ‘인공 강우’를 놓고 국제 분쟁이 벌어지고, 호주·미국 서부·북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 가능 지역이 사라지면서 난민 문제와 국경 분쟁이 첨예해진다. 물,땅,식량 때문에 서로 싸우고, 기후가 온화해진 캐나다와 스칸디나비아 지역도 홍수·진흙사태·눈보라의 공포로 마음 놓을 수 없다. 빙하기에 얼었던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과거의 미생물이 깨어나자 오늘날 사람들이 접한 적 없어 저항력을 확보하지 못한 희한한 질병들이 세상에 등장한다. 모기·진드기가 잘 생기는 기후가 되니 해충이 옮기는 전염병도 창궐한다. 재앙이다.


지난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끔찍한 시나리오는 이때 약속한 탄소 감축에 대한 의무를 각 나라들이 이행하지 않아 2100년 지구 온도가 3℃ 상승할 상황을 가정했다. 저자는 ‘파리협정’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사무총장이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국제 비영리단체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미국 대표를 지내고 피게레스의 선임고문으로 파리협정에 공헌한 톰 리빗카낵이다. 책은 경고로 시작하지만 독자에게 ‘단호한 낙관’을 심어줄 대안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제시한다.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질 것, 청정 경제에 투자할 것, 기술을 책임감있게 활용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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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각국 정부가 기업의 기부금과 공공예산을 들여 대규모 식수운동을 벌이면 대기가 촉촉해지고 기온도 낮아진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철도와 초고속열차를 개통해 국내 항공편 수요를 대체하니 수백 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화석연료 산업의 노동자 상당수는 재교육과 훈련을 통해 흡수된다. 고비용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풍력·태양·지열·수력 에너지에 의존한다. 제트연료는 바이오연료로 대체되고, 통신기술의 발전은 외국에서의 회의에 직접 가지않고도 가상으로 참여해 항공기를 통한 탄소배출을 자제한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얘기가 실현된다면 지구도 구하고 인간도 살 수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모두가 자각하고 있지는 않다. 한쪽 극단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있다. 책은 “기후변화를 부정한다는 것은 중력을 믿지 않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꾸짖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한 나라에 일어나면 다른 나라에도 몇 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제 세계인은 한 배를 탔다는 인식을 확실히 하고 있다”.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우리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때 무슨 일을 하셨어요?’라고 물을 때 우리 대답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변화를 독려하는 저자들은 그때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 뿐이라고 말한다.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했다”라고. 1만4,8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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