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대차 제조능력 인정한 애플, 위탁생산 넘어 자율주행·배터리 동맹 맺나

수직계열화 완성한 현대차에

글로벌 업체들 끊임없는 구애

E-GMP플랫폼으로 기술력 업

"애플에 끌려다닐 필요 없어"



미래차 산업 진출에 대한 소문만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애플이 현대자동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 회사의 협력 형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기·자율주행차 제조를 기본으로 자율주행·배터리 분야의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래차 시장 선도 플레이어를 꿈꾸는 현대차(005380)그룹이 협력 과정에서 애플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율주행차 진출을 준비하는 애플의 이번 협력 제안은 현대차그룹의 뛰어난 제조 능력을 탐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제조 기술은 신사업을 준비하는 글로벌 업체들의 구애를 받아왔다. 지난해 우버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협력 계약을 맺을 당시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의 대규모 제조 역량은 우버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항공우주국 최고위직에서 현대차 UAM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재원 현대차 사장 또한 “뛰어난 대규모 제조 능력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UAM 시장의 선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품질과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에 적용되는 E-GMP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제조 기술을 한 단계 올려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애플카’ 또는 ‘아이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얘기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플이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등에 차량 제조를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비춰볼 때 수직 계열화된 전문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높이 샀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두 회사가 손을 잡게 된다면 단순한 차량 제조 협력이 아니라 미래차 핵심 기술 분야의 합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차 선도 기업을 꿈꾸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아무리 애플이라 해도 단순한 위탁 생산만으로는 협력할 이유가 없다. 아이폰을 대규모 생산하는 폭스콘에 높은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 애플이 앞선 기술 분야에서 배울 게 있어야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非)테슬라 진영의 선두를 꿈꾸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폭스콘 모델로 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현대차라는 메인 브랜드 사업은 자체적으로 추진하되 제조 분야에서는 실리를 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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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 성사될 경우 자율주행 기술이나 배터리 분야의 동행이 점쳐진다. 자율주행 분야의 핵심 기술인 인지(센서), 판단(연산), 제어(실행) 중 애플은 인지와 판단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업체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으로 제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애플의 인지와 판단 결과를 제어 기술을 통해 정확히 수행할 수 있어 두 회사의 ‘합’이 맞는다는 얘기다. 고 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인지와 판단 분야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며 “애플이 가진 운영체제·빅데이터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와 가격 상승 가능성 때문에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사업 내재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지난달 초 열린 간담회에서 “배터리 제조사가 될 준비를 마쳤고 전고체 배터리 또한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 또한 ‘모노셀’ 방식의 독특한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애플이 주력 배터리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튬인산철(LFP) 방식과 접점이 없는 것은 걸림돌이다.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기술 수준도 아직까지는 알려진 게 없다. 이 경우 전기차 내부 구조를 설계하는 차원의 배터리 분야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한신·김능현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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