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원을 기입하려다 ‘2’를 빼먹은 거 아닐까요?”
“그것도 시세보다 너무 낮은데요. 행정 상 착오가 있었던 거 아닐지.”(강남권 부동산 관련 오픈채팅방에서의 대화)
최근 강남 한복판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권이 1억원대에 실거래됐다는 기록이 등재되면서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결과적으로는 공인중개사의 실수에 기인한 일이었지만, 누가 봐도 황당한 수준의 실거래가가 열흘 가까이 등재돼 있는 동안 이를 걸러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정은 이렇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신축 예정 아파트 단지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새로운 실거래가가 등재됐다. 전날인 12월 28일 거래된 이 분양권 매물은 전용면적 84㎡(24층)가 1억4,446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표기됐다. 같은 타입의 직전 거래 가격은 24억6,000만원(12월 9일), 25억5,795만원(11월 7일) 등이었다.
단순 비교로도 20배 가까운 차이가 날 뿐 아니라 ‘1억원대’ 거래가격은 누가 봐도 이상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액수를 잘못 기입해 신고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당시 해당 층의 해당평형 매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졌다.
근처 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분을 증여하는 거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아파트의 지분 일부를 넘기는 ‘지분 거래’를 했는데 모종의 실수로 이것이 전체 가격인 것처럼 실거래 등재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지분 거래의 경우 국토부에 신고는 되지만 실제 실거래가에는 등재되지 않아야 정상이다. 이 관계자는 “신고할 때 ‘지분 거래’인 경우 항목을 체크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빠뜨렸고, 이후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국토부에 해당 실거래가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결과 국토부는 “공인중개사의 실수로 잘못 등재된 것”이라고 했다. 확인 결과 과거 거래 완료돼 실거래 등재까지 끝난 거래 물건의 서류가 공인중개사 실수로 가격이 잘못 기입된 상태로 다시 실거래 신고가 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 거래와 관련된 일이어서 상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실수에 따라 조만간 실거래가 정보도 삭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누가 봐도 이상한 수준의 실거래가가 절차를 거쳐 등재되고, 열흘 가량 실제로 등재된 상태였는데도 시스템 상 걸러내지 못했다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주택 거래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실거래 정보를 입력하면 관할 구청에서 취합해 체크한 뒤 시스템에 입력하게 된다. 이후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올리는 방식이다. 모든 거래의 세부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어렵다 해도, 단위 자체가 다른 ‘이상 거래’까지도 걸러지지 못하는 건 과정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재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할 문제지만 실거래 건수가 많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상 거래라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후 검증도 중요하지만 사전 확인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