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는 적이 버티고 있는 링 위에 올라서는 일은 힘들다. 많은 게 걸린 결전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지난 해 영화 개봉 결정이 그러했다. 많게는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을 코로나 19에 맞서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치르게 할 수는 없었다. 개봉 취소, 연기가 잇따랐다. 그러다 보니 새해 영화계는 개봉 예정작이 넘쳐난다. SF, 뮤지컬, 역사, 스릴러, 액션 등 장르도 다양하다. 소위 ‘믿고 보는’ 감독·배우의 작품도 많다. 백신 접종 등 코로나 19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인다면 올해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골라보는 재미가 넘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CJ엔터테인먼트는 조만간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SF 영화 ‘서복’ 개봉 스케줄을 잡는다. 서복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을 예고하고 사전 홍보에 돌입했으나 코로나 3차 대유행에 개봉을 전격 연기한 바 있다. 객석 띄어 앉기에 밤 9시 이후 상영 중단 등의 방역 조치가 더해지는 등 개봉 여건이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3차 대유행의 정점을 통과했다”고 발언하는 등 다시 상황 호전 기미가 보이고 있어 잠정 중단했던 개봉 준비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는 ‘서복’에 이어 ‘영웅’도 올해 공개한다. ‘국제시장(2014)’으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로, 순제작비만 150억 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담은 작품으로, 당초 지난해 라인 업에 포함됐으나 코로나 사태로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이와 함께 CJ엔터테인먼트는 박찬욱 감독의 복귀작 ‘헤어질 결심’의 올해 개봉도 준비 중이다. 변사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 역은 박해일, 사망자의 아내 역은 탕웨이가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야심 차게 준비한 대표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와 김한민 감독의 ‘한산 : 용의 출현’이다. ‘베테랑(2015)’과 ‘명량(2014)’으로 각각 천만 관객 고지를 밟은 감독들의 작품인데다 모가디슈는 240억 원, 한산은 3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공들여 만든 대작이다.
또 ‘모가디슈’는 현대사의 한 장면인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한산은 조선사의 핵심 장면 중 하나인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모가디슈 주연은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가 주연을 맡았고, 한산에서는 이순신 장군 역의 박해일을 비롯해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등이 주요 인물을 연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해 말 개봉이 불발된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소지섭 주연의 ‘자백’의 스케줄도 곧 다시 잡는다.
쇼박스의 올해 텐트폴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다. 제작비가 300억 원에 가까운 항공 재난 영화라는 점에서 1차 흥미를 유발하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이라는 출연 배우진이 큰 기대감을 품게 한다. 쇼박스는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지난해 선보였을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과 박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탈북 천재 수학자 역은 최민식이 맡아 연기했다.
지난해 ‘반도’를 코로나와 정면승부 하도록 했던 NEW는 올해 박훈정 감독의 ‘마녀2’, 박대민 감독의 ‘특송’, 필감성 감독의 ‘인질’ 등을 준비해 놓고 있다. 특히 인질에는 지난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상영관 띄어 앉기에도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임순례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신작을 올해 내놓을 예정이다. 임순례 감독의 ‘교섭’에는 현빈과 황정민이 투톱으로 출연하며,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 19 와중에도 요르단 현지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은 흑백 영화 ‘자산어보’다. 유배지에서 바다 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학자 정약전 역은 설경구, 청년 어부 창대 역은 변요한이 맡았다. 감독은 ‘동주(2015)’에 이어 다시 한 번 흑백 미학을 스크린 위에 고혹적으로 풀어낼 것으로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