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마도 3호선’이라 명명된 침몰선 한 척이 발견됐다. 침몰선 발굴 때 같이 나온 화물표를 분석한 결과 마도 3호선은 1265~1268년 사이에 강화도로 향하던 중 태안 마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적 화물을 발송한 곳은 전남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이었고 배의 최종 목적지는 당시 고려의 임시 수도였던 강화도였다. 놀라운 것은 화물 수취인이 당시의 무인 최고 권력자인 김준(?~1268)을 비롯한 삼별초(三別抄)였다는 사실이다.
삼별초는 고려 최 씨 무신정권의 사병(私兵)이던 좌별초·우별초·신의군에서 비롯됐다. 기록으로만 전해오던 삼별초의 실체가 바닷속 마도 3호선에 실린 화물표에서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화물표의 내용은 ‘우삼번별초(右三番別抄)’에 ‘마른 홍합 한 섬’을 보낸다는 것. 또 다른 화물표에서는 ‘사심 김영공(金令公)님댁’에 ‘홍합 젓갈 등 다섯 항아리’를 보낸다는 내용도 나왔다. 여기서 ‘영공’이라는 호칭은 제왕급 극존칭으로 1260년대에 김영공이라 불릴 수 있는 인물은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였던 김준뿐이었다. 노비 출신의 김준은 고려 고종 45년(1258)에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잡은 인물이다. 이후 그는 고려 원종 6년(1265)에 시중, 곧이어 ‘해양후(海陽侯)’에 임명됐고 이때부터 ‘영공’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마도 3호선 수중 발굴 결과 삼별초 집권자들에게 보내진 특산물은 다양했다. 전복·꿩고기·홍합·젓갈류·생선기름·곡류·육포·직물 등 여러 종류였다. 유물이 많아 ‘바닷속 경주’라고 불리는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생생한 삼별초 유물이 나온 것은 문헌으로만 전해져오던 고려 삼별초의 실체를 확인한 소중한 순간이었다.
/진호신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