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고위구성원에서 내려온 뒤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36) 왕자와 메건 마클(39) 왕자비가 소셜미디어 이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는 부부에 가까운 취재원을 인용, 이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부부는 자신들의 새로운 자선단체인 ‘아치웰’(Archewell) 활동과 관련해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왕자 부부가 2019년 4월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은 6시간 만에 100만명의 팔로워를 모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온라인상에서 마주치는 증오에 부부가 환멸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마클 왕자비는 지난해 10월 ‘세계 정신 건강의 날’을 맞아 출연한 한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2019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라인상의 괴롭힘과 모욕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클 왕자비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아들 아치를 임신했을 당시 자신에게 가해진 수많은 온라인상의 모욕과 학대를 털어놨다.
그녀는 “출산 휴가 전후로 8개월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나에 관해) 만들어졌던 얘기는 거의 살아남기 힘들 정도의 것이었다. 너무나 커서 어떤 감정인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할 때, 정신적·정서적 건강은 손상을 받는다”면서 “그런 것들이 우리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 고립되고 괴롭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메건 마클 왕자비의 팬들은 왕실 공식 소셜미디어에서 댓글을 통한 ‘막말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왕실은 2019년 3월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종 악성 댓글을 차단하는 한편, 심각한 악성 댓글 게시자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마클 왕자비는 지난해 한 화상회의에서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 같다”고 토로했고, 해리 왕자는 소셜미디어가 “증오의 위기, 건강의 위기, 진실의 위기를 부추긴다”고 비판했.
해리 왕자 부부는 앞으로 소셜미디어 대신 온라인 비디오와 TV 출연, 아치웰 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해리 왕자 부부의 소셜미디어 사용 중단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이용이 금지된 이후 나와 주목된다.
앞서 트위터는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했다.
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트위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계정 사용을 못 하도록 조치했다.
더선데이타임스는 왕실 고위 구성원 탈퇴를 선언한 지 1년이 된 해리 왕자 부부의 소셜미디어 이용 중단은 왕실과의 또 다른 결별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부부,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여전히 자선 및 각종 공무 활동을 알리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