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 진영 원로 정치인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찾아 지지를 이끌어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선(先) 입당, 후(後) 단일화’ 요구에 에둘러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도 시민사회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며 독자 행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명예교수를 만나 새해 인사를 겸한 회동 사실을 알렸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명예교수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이게 뭡니까’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따끔하게 비판하셨다”며 “그런 박사님께서 지금 2021년 대한민국에 ‘도대체 이게 뭡니까’라는 경고를 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과거 통일국민당 소속으로 서울 강남구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후 충청 지역이 지지 기반인 자유민주연합에서 상임고문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김 명예교수는 과거 안철수 대표가 대선 후보 선거전에서 중도하차 하자 “만에 하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더라도 임기 중에 암살을 당했거나 아니면 견디다 못해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은 바 있다.
김 명예교수는 안 대표에게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 액자를 선물했다. 안 대표는 “돌아오는 길에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도끼를 가는 데 4시간을 쓸 것이라’는 링컨의 말이 떠올랐다”며 “저도 많은 시간 도끼를 갈고 닦았지만 얼마나 날이 서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썩은 나무를 벨 시간이 다가왔다”고 적었다. 이어 “썩은 나무를 베고 희망의 나무를 심기에 좋은 날이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또 김 명예교수가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를 전폭 지지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김 교수님이 어둡고 안타까운 나라 소식에 즐거운 날이 없었는데, 제 출마 소식이 무척 기쁘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도 이제 박원순 전 시장의 어두운 죽음을 넘어 밝은 도시가 돼야 한다. 국가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며 “의사 출신 안철수가 그 역할을 꼭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고 안 대표는 전했다.
한편 안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안 대표는 “너무 근시안적으로, 너무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리면 더불어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은 차마 선택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야권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진용도 안 갖춰진 상태에서 무슨 당에 들어와라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 너무 빠르다. 그게 최선의 방법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는 이번 주 중 비공개 회동을 제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따라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오 전 시장과의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