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이 다시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대회 개막을 193일 앞둔 11일 현재 일본 안팎에서 올림픽 개최 회의론이 퍼져가고 있다.
교도통신이 10일 발표한 일본 국민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부정 여론은 최고조를 찍었다. 전화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35.3%는 올림픽 취소를, 44.8%는 재연기를 각각 택했다. 취소·재연기 여론이 80.1%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 연말 NHK 여론 조사의 취소·재연기 응답률 63%보다도 17%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긴급 사태 선언을 주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결과가 올림픽 개최 부정 여론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올림픽 부정 여론 상승에 내각 지지율마저 휘청거려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41.3%로 지난달보다 9%포인트 급락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42.8%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년 미뤄진 올림픽이 올해 7월에 열리지 않는다면 재연기는 없고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려면 철저한 방역 대책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의무화, 수시 코로나19 검사, 선수들의 올림픽 선수촌 체류 최소화 등과 관련한 정밀한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 올림픽 참가자들은 또 대회 시작 전 백신을 접종해 감염 확산 우려를 줄여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역 최장수 위원인 캐나다 출신 딕 파운드 씨는 최근 도쿄올림픽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고 회의론에 불을 붙였다. 파운드 위원은 작년에도 IOC와 일본 정부, 도쿄조직위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올림픽 정상 개최를 고집할 때 IOC 고위 인사로는 가장 먼저 올림픽 취소 또는 연기를 주장한 인물이다.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려면 참가 선수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레슬링 75㎏ 금메달리스트인 에리카 위브(캐나다)는 선수가 아닌 고령자, 보건 취약 계층, 코로나19 일선에서 싸우는 보건 관계자 등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파운드 위원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코로나19 확산이 올림픽 개최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4월까지 개최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