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남 관계가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압박한 가운데 여당 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여름 서울을 방문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올해 안으로 김 위원장이 서울에 답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북한의) 역대 지도자들이 서울을 못 내려오는 이유는 우리 쪽에서 데모하는 상황 같은 부담”이라며 “그러나 김 위원장은 어차피 그럴 거라고 알고 있기에 굉장히 담대하게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답방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보급을 끝마치는 올해 여름 이후로 예측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대면 정상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정상 회의가 화상으로 이뤄지는 시대인데 남북이라고 안 될 게 어디 있느냐”며 “비대면으로라도 하루 빨리 만나 같은 목표를 어떻게 이룰지 의논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답방이) 반드시 올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지난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악화한 남북 관계를 재확인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북남 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군사적 적대 행위 중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올해 3월 열릴 예정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우리가 수용하기 쉽지 않은 한미 동맹 군사훈련 중단 등 조건들을 추가로 제시함으로써 내심은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 대화 흐름이 되살아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북한도 필요시 당면 민생 문제를 정리한 후 기조를 변경하겠지만 단기간 남북미 모두 관망세 속에서 물밑 움직임만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