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신경성 난청은 소리를 감지하는 속귀 달팽이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소리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 또는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한다. 바깥귀, 고막, 가운데귀 등 소리를 전달해주는 기관의 장애로 인한 ‘전음성 난청’과 구분된다. 어느 쪽이든 돌발성 난청이 생기면 보통 3일 안에 3개 이상 주파수 대역의 30데시빌(dB) 이하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이명·어지럼증 등을 동반할 수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약물을 정맥주사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순천향대 한재준(서울병원)·이치규(천안병원) 교수팀은 그래서 뇌혈관 등을 넓혀줘 지주막하 출혈에 이은 뇌경색 및 뇌혈관 경련 등 허혈성 신경장애 예방·치료에 쓰는 니모디핀을 스테로이드 약물(덱사메타손)과 함께 투여하는 요법을 고안, 4년간 덱사메타손 요법군과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니모디핀은 동물 모델에서 속귀 신경 상피세포와 신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수팀은 돌발적인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내원한 성인 78명(평균 50.5세, 19~77세) 중 42명에게 덱사메타손을, 36명에게 덱사메타손+니모디핀 병용투여군으로 나눠 효능을 비교했다. 양쪽 모두 5일 동안 덱사메타손을 하루 10㎎, 병용군은 덱사메타손과 니모디핀을 각각 하루 10㎎씩 투여하고 이후 10일 동안 덱사메타손 투여량을 줄여갔다.
연구 결과 병용투여군의 치료 후 청력 완전회복률은 41.7%로 기존 스테로이드 요법군(16.8%)의 2.5배였다. 청력 완전회복은 난청이 생긴 귀와 그렇지 않은 귀 사이의 ‘순음’(“삐” 소리처럼 음의 높이가 일정한 단일 주파수의 소리) 청력 차이가 10데시빌(dB)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특히 90데시빌(dB) 미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중등증·중증 돌발성 난청 환자의 병용요법 후 청력 완전회복률은 60.9%로 스테로이드 투여군(19.2%)의 3.2배나 됐다.
78명의 환자들은 돌발성 난청 발생으로 평균 83dB 이상의 매우 시끄러운 소리만 들을 수 있었는데 치료 시작 1주일만에 병용투여군은 53dB 이상, 덱사메타손 투여군은 67dB 이상의 소리를 알아들었다. 치료 전 90dB 미만의 소리를 알아듣던 환자가 완전 회복까지 걸리는 치료기간도 병용투여군이 평균 4.4주로 덱사메타손 투여군(8.8주)의 절반 수준으로 빨랐다.
한 교수는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니모디핀 병합요법을 개발해 그 효능을 확인했다”며 “새 치료법은 특히 중등증·중증 난청 환자에서 정상청력 범위로 회복되는 비율을 높이고 치료기간을 단축시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