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만 3~9세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4시간45분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기준인 하루 1시간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8월14일부터 두 달 동안 전국 만 3~9세 어린이 2,16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를 보면, 만 3~9세 어린이가 TV, 스마트폰, 태블릿PC, 컴퓨터 등 4대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284.6분이다. 이 중 가장 많이 본 매체는 TV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29.8분을 차지했다. 이어 스마트폰 80.9분, 태블릿PC 48.3분, 컴퓨터 25.6분 등의 순이었다.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스마트미디어의 이용률도 높았다. 조사에 응한 어린이 중 82.8%가 일주일 사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적이 있었으며 스마트TV(79.7%), 태블릿 PC(62.6%), 컴퓨터(41.6%), 인공지능 스피커(23.4%) 등의 이용률도 높았다. 스마트 미디어로 무엇을 보는지에 대해서는 온라인 동영상을 본다는 응답이 78.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에는 게임 플랫폼(37.3%), 포털·검색 엔진(22.0%), 메신저 서비스(20.4%), 소셜 미디어(11.9%) 등이 뒤를 이었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94.8%)였으며, 2·3위인 넷플릭스(17.7%), 네이버TV(6.0%)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어린이에게 미디어의 시청을 이렇게 많이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에 응한 어린이의 보호자들은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 및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는 답을 가장 많이 했다. TV의 경우 52.0%,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44.7%가 이 항목에 응답했다. 보호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쉬는 동안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TV나 스마트폰을 쥐어준다는 응답도 각각 46.4%, 37.0%였다. 다만 응답자의 72.3%는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 혹을 통제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TV나 스마트폰을 보게는 하지만 걱정거리는 있게 마련. 조사에 응한 보호자의 74.9%는 '부적절한 언어'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무분별한 광고 노출'(68.9%), '콘텐츠의 폭력성'(68.0%), '콘텐츠의 선정성'(66.1%),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55.6%), '특정 계층과 집단에 대한 차별, 비하'(54.3%)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