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14일 삼성 5개 전자 계열사(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 중 최초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후 ‘뉴 삼성’의 초석을 본격적으로 다져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14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7라인에서 단체협약 조인식을 개최한다.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지난해 5월부터 사측과 노조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돌입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사측에서는 최주선 신임 사장 대신 인사팀장인 김범동 부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서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정란·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노조 공동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노사는 총 여덟 차례의 본교섭과 실무교섭·대표교섭 등 세부 교섭을 거쳐 지난달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고 추가 협의를 거쳐 단체협약을 확정했다. 최종안에는 현재 1,500명 규모인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 연 9,000시간의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를 인정하는 등 노조 활동 보장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109개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앞서 “수차례 대화와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안에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회사와 임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 지향적인 노사 관계를 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 시기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지만 이 부회장이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며 무노조 경영 폐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노조 공동교섭단과 상견례를 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삼성은 이 밖에 노사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 이사회 산하에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노사 관계 자문그룹’을 설치하고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등의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노동법 위반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회사의 노사 정책이 국민과 사회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은 협력사들과의 ‘동행’을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서 열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설비 반입식에 삼성과 40년 이상 함께하며 강소기업으로 거듭난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대표들을 특별히 초청했다.
특히 이날 반입된 반도체 웨이퍼 제작용 화학증착장비(CVD)는 삼성전자의 협력사인 원익IPS가 삼성의 기술 지원을 받아 공동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협력사와의 ‘동행’을 강조하는 것은 삼성전자 혼자의 힘으로는 세계 1위 등극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협력사는 물론 중소 팹리스(설계 전문 회사), 디자인 하우스(칩 디자인 지원 회사)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 협력사 인센티브 확대, 국내 팹리스 기술 교육, 디자인 하우스 사업 기회 제공, 산학 협력 확대를 통한 우수 인재 양성, 반도체 상생 펀드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