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연봉 계약을 하며 '도박·승부조작을 하지 않겠다'라는 서약서를 쓴다. KBO와 각 구단은 '부정 방지 교육'을 하며 도박의 위험성도 강조한다. 특히 스포츠 관련 베팅은 승부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부정 방지 교육의 핵심 과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무색하게도 프로야구에서 또 도박 관련 사건이 터졌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3일 "KBO에 스포츠토토에 베팅한 투수 정현욱(22)과 포수 권기영(22)의 자격정지선수 지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두산 사무실로 채무와 관련한 인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화해 "정현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두산 구단은 정현욱과 면담을 했고, 곧 선수단 전수 조사를 했다.
정현욱은 스포츠토토를 했다고 시인했다. 또한, 불법 스포츠 도박에도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영은 스포츠 관련 도박은 아니지만, 법으로 금지하는 사행성 사이트에 접속했다. 스포츠토토라고 불리는 체육진흥투표권은 일반인들은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현역 선수의 스포츠토토 베팅은 법률 위반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제30조(체육진흥투표권의 구매 제한 등)는 '체육진흥투표권 발생 대상 운동경기의 선수, 감독·코치는 물론 경기단체 임직원의 체육진흥투표권을 구매·알선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했다.
스포츠 도박에 관한 KBO리그 규약은 더 강하다. KBO도 야구규약 제148조 6항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 및 이용행위 등 국민체육진흥법상 금지 또는 제한되는 행위를 하면 KBO 총재는 부정행위 제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서약서를 통해 더 강력한 징계를 경고하기도 했다.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사인하는 서약서는 '서약자가 이를 위배할 경우 자체 상벌규정 및 국민체육진흥법, 형법 등 제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및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스포츠와 무관한 도박이어도, 도박 자체가 야구계의 강력한 제재 대상이다. KBO는 야구규약 제14장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도박'을 징계 사유로 명시했다. KBO 규정에 따르면 도박을 한 선수는 1회 위반시 출장 정지 50경기 이상,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20시간의 처벌을 받는다.
앞서 프로야구는 2012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정현욱과 권기영은 승부조작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가 두산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현욱과 권기영을 자격정지 선수로 지정하면, 두 사람은 KBO 총재가 해당 규제를 해제할 때까지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