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공매도 재개 목표를 공식화하면서 여당 일각의 반대와 '동학개미' 반발 속에 목표를 달성할지 주목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여당과 동학개미 등의 반발에 부닥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무산에 사의까지 표명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다른 결과물을 얻어낼지도 관심사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공매도를 3월에 재개하겠다는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오자 금융위가 서둘러 선을 그은 모양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자 금융위는 3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한 공매도의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현재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높이기 등의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여기에는 공매도의 '적정가격 형성'이란 순기능도 있는 만큼 공매도 재개를 무한정 미룰 수 없다는 판단도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인 셈이다.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공매도 재개는 은 위원장의 소신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공매도 금지 기한이) 오는 3월 15일까지 연기됐는데, 그때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해서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전날 공지 문자를 통해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지난 금요일(8일) 금융위원회 주간업무회의 시 금융위원장 발언, 11일 발송된 문자메시지 내용이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지난 8일 회의에서 "국민들이 증시의 한 축이 되어줬으며, 최근 주가지수가 3,100포인트를 상회하게 된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며 "금융위는 이러한 긍정적 흐름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공식화 이후 여당 일각과 동학개미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동학개미를 '애국자'로 비유하며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상태로 재개된다면 시장의 혼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도적 손질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불법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재개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금융위에 재차 요구했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대주주 기준 강화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10월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시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에 동학개미들은 강력히 반발했고, 여당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당정 협의 끝에 지난해 11월 대주주 요건은 10억 원으로 유지됐다. 홍 부총리는 이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했다.
공매도 재개 문제는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은 위원장이 마주한 현실이 홍 부총리 때와는 조금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대주주 요건 유예는 민주당 차원의 입장이었고 야당인 국민의힘도 대주주 기준 유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었다.
다만 4월 재보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공매도 금지 시한이 종료된다는 점은 변수다. 여야 모두 동학개미의 표심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매도 재개 문제를 놓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안,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확대 방안 등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를 전제로 내놓을 제도 개선안이 동학개미들의 불안을 확실히 덜어낼 수 있는 완벽한 대책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결국 은 위원장의 행보가 홍 부총리와는 다른 결말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치권 움직임, 공매도 재개에 반발하는 동학개미 등이 금융위 결정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힌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