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뒷북 대책으로 인한 지지율 급락으로 조기 퇴진설에 휩싸이는 등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정책이 우왕좌왕한 탓에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긴급사태가 다시 발령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올해 중의원 선거가 예정된 만큼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 내각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중국 등 11개 국가·지역에 대한 비즈니스 왕래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모두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내각 지지율 급락에 대한 스가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수도권을 대상으로 외출 자제 등을 요청하는 긴급사태를 발령한 뒤에도 외국인 입국은 막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조치를 내렸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긴급사태 발령도 늦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만 해도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 지자체장들의 요청에 떠밀려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긴급사태와 관련한 메시지도 불명확했다는 지적이다. 오후 8시 이후 외출 자제를 요청했는데 낮에 나가는 것은 괜찮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가 총리는 13일 오사카부 등 7개 광역 지자체에 긴급사태 발령을 확대하면서 “음식점이 문을 닫는 오후 8시 이후뿐 아니라 낮에도 (불요불급한 외출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스가 총리가 우왕좌왕하는 것은 경기 활성화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무리하게 다 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여행 장려책인 ‘고 투 트래블’도 계속 추진을 고집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12월 중단을 결정했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12월 2,000~4,000명 수준에서 이달 초 6,000~7,000명까지 치솟았다.
스가 총리를 향한 민심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NHK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지난해 9월 출범 초기 62%에 달했던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이달 40%로 추락했다. 아사히신문의 지난해 12월 21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9%로 첫 30%대를 기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 정권 유지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오는 9월까지가 임기인 스가 총리가 ‘단명 총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자민당에서도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분출하고 있다. 특히 중의원 해산 시기로 도쿄 패럴림픽 폐막일인 9월 5일 직후가 유력했는데 바이러스 확산으로 최근 올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마저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스가 총리로서는 도쿄올림픽 취소나 재연기가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일본 정가에서는 4월 25일로 예정된 홋카이도 제2선거구 중의원 보궐선거와 나가노현 선거구 참의원 보궐선거가 스가 정권에 대한 심판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5일 방송에 출연해 “4월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다면 향후 ‘정국(政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국이란 총리 사퇴 등 정치적인 중대 국면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3월 조기 퇴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아사히’는 최신 호(15일자)에서 총리실 주변에서는 벌써 다음 총리를 누가 맡을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서 스가 총리가 이르면 3월 말 퇴진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슈칸겐다이 등 다른 주요 시사 잡지들도 비슷한 내용으로 스가 내각의 단명을 관측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트 스가’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벌써 나오고 있다. 6일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인 아에라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적임자이지만 당내 반대파가 많다”면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에게 패배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일단 유력한 차기 후보로 꼽힌다고 전했다. 슈칸아사히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등이 포스트 스가 후보군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