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국정농단' 실형이냐 집유냐…법원 판단 포인트는

오는 18일 파기환송심 선고…이재용 운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르는 부분은 ‘능동적 뇌물’로 인정되는 액수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게 내릴 파기환송심 선고 형량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건넨 돈 중 얼마가 적극적인 뇌물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재판부가 지난 2019년 첫 공판에서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준법감시위도 형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관건은 '뇌물 성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죄는 크게 ‘능동적 뇌물’과 ‘수동적 뇌물’로 판단이 나뉜다. 피고인이 타인에게 돈을 줬을 당시의 자발성과 적극성의 정도가 두 가지의 차이다.

법원이 능동적 뇌물과 수동적 뇌물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해왔는지는 이 부회장의 지난 재판 과정에도 드러난다. 이 사건 1심은 이 부회장의 능동적 뇌물 액수를 89억여 원으로 판단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달리 2심은 50억 원을 수동적 뇌물로 보고 36억여 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86억 원을 능동적 뇌물이라고 판단했고, 사건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의 능동성과 관련해 이 부회장 측은 국정농단에 연루된 다른 기업 사례를 재판부가 참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신 회장 사건에서 인정된 뇌물 액수는 70억 원이었는데,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이 요구한 사항에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판시했다. 신 회장이 넘긴 돈을 수동적 뇌물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집유 받은 신동빈 회장과 달리 '업무상 횡령' 적용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아울러 살펴봐야 할 점은 이 부회장에게 업무상 횡령죄도 적용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회장의 혐의 중 뇌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이다. 뇌물공여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인 것과 달리 업무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 원이 넘을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부회장과 달리 뇌물공여 혐의만 받았다.


이번에 재판부가 대법원의 판단을 이어받아 능동적 뇌물액을 86억 원으로 인정하거나 업무상 횡령액을 높게 판단한다면 법리상 이 부회장은 실형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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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긍정적 참작되면 실형 면할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 선고의 핵심은 다른 요소보다도 준법감시위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많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양형에 적극 반영한다면 뇌물 액수만 따졌을 때 실형으로 판단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어서다.

앞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묻기 위해 전문심리위원 3명을 지정해 평가를 들었고, 위원마다 평가는 엇갈렸다.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 입장도 판이하게 달랐다. 특검 측은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이 두려워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운영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지난해 5월 진행한 대국민 사과 등을 근거로 들며 실효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위원들의 평가와 특검 측, 이 부회장 측의 입장을 종합해 준법감시위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징역 9년 구형한 특검 "집유 선고 불가"


서울 서초구 검찰 청사에 펄럭이는 깃발 너머로 삼성 서초사옥(왼쪽 아래)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검찰 청사에 펄럭이는 깃발 너머로 삼성 서초사옥(왼쪽 아래)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특검은 지난해 12월 30일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특검은 “피고인들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된 파기환송 전 항소심과 비교해보면 뇌물 공여 및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 증가했다”며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함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가능하다. 통상 법원의 선고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징역 9년 구형은 이 같은 집행유예 선고 조건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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