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부가 이란의 밀린 유엔 회비를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산 석유수출대금을 이용해 지불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유엔과 함께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란의 회비 미납을 이유로 투표권 일시 박탈을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란의 유엔 회비 지급 노력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방안을 언급했다.
이란 외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송금 통로가 제한됐지만 지난 수년간 유엔에 연회비를 냈다"며 "이란이 최근 제안한 지불 방법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산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중앙은행의 승인, 협상,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의 악의와 우리 자산을 오용할 우려 탓에 유엔이 회비 송금 과정에서 미국 은행을 중계 금융기관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비의 안전한 송금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에 따라 이란 자산을 의무적으로 동결해야 한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동결자금을 활용한 유엔회비 납부 제안에 대해 "이란 측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수용 가능한 제안인지는 국내적으로 협의 중이고, 유엔과도 가능한지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70억달러(약 7조7,600억원) 규모의 원유수출대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품목을 이란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대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동결 자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거듭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총회 의장단에 보낸 서한에서 이란을 비롯해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남수단, 니제르 등 10개국이 회비를 밀렸고, 이들의 총회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이 내지 못한 회비는 이들 10개국중 가장 많은 약 1,625만달러(180억원)로 알려졌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