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체계 논란과 관련해 “감독정책과 금융정책을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금융 산업 정책과 감독 집행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금감원의 독립을 주장한 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지금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게 적절한 시기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998년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 각각 감독정책, 금융정책을 분리하는 작업을 맡은 경험을 털어놨다. 은 위원장은 “좋은 것은 서로 하려고 하고 싫은 것은 서로 안 하려고 한다”며 “(가령) 은행에 BIS 8%를 감독하는 게 금융정책이냐 감독정책이냐 고민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감독을 잘 해서 금융기관을 건전하게 하면 금융 산업도 발전하는 구조로 두 가지를 나눈다는 게 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의 업무를 금감원에 이관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금융 산업은 일종의 라이센스를 주는 산업으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공권력 행사는 행정 행위이고 행정청만이 할 수 있다”며 거리를 뒀다.
사실상 윤석헌 금감원장의 ‘독립 선언’을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송년 기자간담회 등에서 여러 차례 금감원의 독립을 주장해왔다. 현 금융 감독 체계는 금융위가 금융 산업과 금융 감독 정책 수립을, 금융감독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맡는 구조다. 금융위가 금융 산업의 진흥과 감독을 모두 맡으면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금융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원장의 지론이다. 2003년 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최근 사모펀드(PEF) 사태 등이 모두 금융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감독 정책을 압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 이르면 이달 말 관련 법안을 발의할 전망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금융위의 업무 중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금융 감독 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