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붕괴를 경험한 기업들의 탈중국화가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대만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이전을 시작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통합과 동맹 복원’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 관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유연함은 보이지만 패권주의로 나아가는 중국에는 강력한 경고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외교·경제 등에서 보이는 중국의 패권주의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등 미래 기술 GVC 재편에서 분명한 선택을 강요한다. 한국은 미국이 구축할 전통 우방과의 연합전선에 들어가야 한다. 시간은 길어야 1년.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택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GVC 재편을 미국이 주도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탈중국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초기 행정부를 이끌어갈 장관 지명자들은 전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일제히 대중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인권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대응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내년부터는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냉전에 돌입한다면 첨단 기술 및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과의 국제 생산 협력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겠지만 미국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원칙을 세워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3년 당시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한 바이든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인 적은 없었다”고 엄포를 놓았다. 단기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나 균형 외교 등 애매한 태도가 아닌 합리성을 갖춘 대원칙을 세워놓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중국을 북한 비핵화 등의 레버리지로 사용하겠다는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혈맹이란 틀을 가진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볼 때 경제 협력으로 중국이 움직일 것이라는 계산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외교에서 항상 북한을 1번으로 놓는 나라들인데 중국을 (한반도 평화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은 일차방정식”이라며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강화할 때 한국의 위상도 올라가고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지 우리가 독자적으로 손짓하면 중국은 얻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우방국들과 더 큰 연대를 조성해야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도 줄이고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의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윤경환 기자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