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2023년에도 제품의 대다수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다만 외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인텔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팻 겔싱어는 2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의 2023년 제품 대다수가 내부적으로 생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겔싱어는 최근 7나노미터 공정의 진전 상황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며 “초기 검토에 기초할 때 7나노미터 프로그램에서 이뤄진 진전에 만족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겔싱어는 또 “동시에 우리 포트폴리오(제품군)의 범위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해 외부 파운드리 이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텔은 그동안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생산까지 직접 해온 종합 반도체 회사였다. 겔싱어의 발언은 앞으로도 여전히 직접 생산이 주를 이루겠지만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한 생산도 확대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인텔이 파운드리 이용을 확대할 경우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005930) 등에 반도체 제조를 맡길 수 있어 시장에서는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밥 스완 현 CEO도 “7나노미터 기술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지난해 7월 공개했던 7나노 공정의 기술적 결함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스완 CEO는 “지난 6개월간의 작업을 통해 2023년 제품 로드맵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7나노미터 공정 아키텍처를 효율화하고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스완 CEO는 그러면서도 “지난 몇 년간 발전시킨 외부 파운드리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 제품 로드맵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최근 수년 간 반도계 업계의 경쟁 심화로 위기를 맞으면서 겔싱어로 차기 CEO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뒀다. 2월15일자로 스완 CEO가 물러나고 팻 겔싱어 VM웨어 CEO가 그 자리를 이어받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월 정식 임명된 스완 CEO는 1년여 만에 경질됐다. 새 CEO인 겔싱어로서는 10여년 만의 ‘친정’ 귀환이 된다. 18세 때 엔지니어로 입사한 겔싱어는 30여년 간 인텔에 몸담으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다가 2009년 다른 회사로 옮겼다.
오마 이쉬라크 인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지금이 리더십을 바꿀 적절한 시기라고 결정했다”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팻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전문지식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체는 인텔이 미 최대 반도체 회사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인텔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쟁자인 엔비디아에 추월당했고, 과거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추세다.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도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 칩을 자사 컴퓨터에 장착하고, 아마존과 구글도 인텔 의존도를 줄이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작년 말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인텔에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