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文, 김정은 아직도 믿는다고?"... 美서 쏟아지는 비토·냉소·우려

VOA "美전문가들, 北 의지 안 믿어...文 책임론"

신년 회견 발언 겨냥 "文, 얼마나 순진한지 증명"

"北 당대회서 비핵화 메시지 도무지 발견 못해"

"SLBM 공개하는데 협상신호라니 어처구니 없어"

"김정은이 약속했다면서 왜 美에 협상하라 하나"

바이든 취임 이후 대북정책 한미공조 위기 조짐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에 엇박자가 예상된다.

22일 미국 국영방송인 미국의 소리(VOA)는 30년 동안 북한 핵 문제와 씨름해 온 미 조야에 북한 지도자의 ‘평화와 비핵화 의지’를 믿거나 주장하는 인사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1·2차 핵위기를 거치며 협상을 통한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협상의 주역들과 워싱턴의 ‘대화파’ 전문가들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도에 대해선 진작부터 선을 긋고 비관적 입장으로 돌아선지 오래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간 동맹국 정상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했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대북 정책 실패와 상황 오판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어떤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그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VOA를 통해 “문 대통령이 얼마나 순진한지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며 “북한은 (당대회를 통해) 핵무기라는 보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심지어 핵무기에 대한 말이라도 꺼내려면 첫 번째 조치로 주한미군부터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사 명예회장은 “지금쯤은 문 대통령이 그 정도는 알아야 하지만 그의 유산을 통일의 진전과 너무 강하게 결부시키는 바람에 북한에 쉽게 이용된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모든 가용 정보와 반대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니 나로서는 몹시 놀랍다”며 “김정은의 8차 당대회 발언은 분명하고도 확실했고 핵무기를 북한 안보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2차 보복 공격 능력을 확보하고자 새 미사일과 운반 시스템, 핵무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김정은의 최근 8차 당대회 발언을 읽으면서 ‘분명한 비핵화 의지’로 읽힐 만한 신호를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김정은의 당대회 연설은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고 핵무기 역량을 강화하며 완전한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을 대하겠다는 북한의 결의를 보여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명백한 신호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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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김정은의 의도를 알고자 한다면 그의 말을 그대로 들으면 될 뿐”이라며 “그의 말속 어디에도 비핵화 의사는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씨는 “북한은 협상하려면 협상하겠다고 직접 제안하지 3차원적으로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행동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첨단 무기를 만들어 보여주면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고 인식하면 되는데 왜 자꾸 협상의 여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하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의 전략과 대외 정책 결정 구조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고 하고 최신식 무기를 선보이면서 앞으로 핵 개발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은 한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적이라는 뜻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이 강하게 나오는 것을 계속 협상 신호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고 거기에 맞는 대책도 세울 수 없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제46대 대통령. /UPI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제46대 대통령. /UPI연합뉴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선언을 위반했다”며 “실제로는 세 명 모두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핵무기 생산 역량과 재고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이 이미 비핵화 약속을 한 만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문 대통령은 왜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고 기존 약속을 이행하라고 북한에 요구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미 헌법에 핵 보유를 밝힌 북한은 냉전 당시 ‘전략무기제한협상’과 ‘전략무기감축협상’을 이끌었던 미·소 관계와 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하기 원한다”며 “그런 협상을 시작하면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 감축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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