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드라이빙'이라는 표현이 절로 생각났다. BMW의 막내 1시리즈 118d M 스포츠 모델 얘기다. 타보기 전엔 편견 같은 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는 수입 브랜드들의 엔트리급 모델은 '껍데기'만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퍼져있기도 하고, 이런 인식에는 조그만 게 얼마나 잘 나갈까 하는 의구심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시승 후 이런 생각들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적어도 이 차량만큼은 그런 의심에서 해방돼도 될듯 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BMW 118d M스포츠는 빠르고, 경쾌하고, 날렵했다. 작고 호리호리하지만 알고 보면 근육으로 뒤덮인 몸을 가진 느낌. 가속, 감속, 추월, 코너링 등 주행 내내 운전자가 마음 먹은 대로 재빠르게 움직여주니 그저 기특했다.
시승차를 처음 받아 나온 도심 길은 다소 막혀있었다. 그런데 이 차를 운전하니 이상하게도 체감되는 도로 상황이 실제 정체 정도보다 훨씬 덜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내 앞에만 길이 뚫려 있는 느낌이었다. 제법 크고 육중한 차를 주로 타다가 이 차를 몰아보니 확연히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간결한 움직임으로 차선 변경을 부담 없이 만들어줬고, 옆 차선으로 이동하자마자 빠르게 치고 나갔다. 순간속도와 펀치력이 수준급이었다.
앞이 뚫려 있는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봤다. 갑자기 화가 났다는 듯 엔진음을 내며 금세 시속 100km에 육박했다. 더 달리고 싶었지만 도심이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달랬다. 그러자 곧바로 누그러지면서 운전자의 뜻에 맞춰 속도를 줄이고 얌전해졌다.
그러고 나서 운전 모드가 '컴포트' 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컴포트 모드가 이 정도였다면 스포츠 모드는 어떨까. 바로 버튼을 눌러 모드를 바꿨다. 텐션이 올라가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그 느낌을 받아 바로 페달을 밟았더니 또 다른 주행 질감이 전해졌다. 체급이 체급인지라 고성능 모델만큼의 출력은 아니었지만,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치고 나가려는 질주 본능이 느껴졌다. BMW의 트윈파워 터보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된 이 차의 출력은 150마력, 토크는 35.7kg.m이다. 부족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가벼운 몸집으로 달리는 맛이 '날쌘돌이'라는 다소 오래된 표현을 떠올리게 했다.
주차 또한 만족스러웠다. 몸집이 작은 덕분에 웬만한 주차공간에는 여유 있게 들어가 문을 열 수 있게 해줬다.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부분이다.연비도 '스마트'하다. 이 차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4.3km. 힘에 비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묵직한 주행의 느낌은 받기 힘들다. 당연한 일이다. 이 차에 묵직한 안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축구로 치자면 빠른 단신 공격수에게 몸싸움 능력까지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최근 인기 있는 첨단 사양들이 빠져 있는 것도 다소 아쉬운 점이다. 파워트레인도 선호되지는 않는 디젤 엔진이고, 각종 최신 옵션도 빠져 있어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족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고 서는 능력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수준이다.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BMW의 DNA가 확실히 각인된 모델이다. 10.25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 계기판이 주는 시원한 실내 분위기는 젊은 층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차의 가격은 4,640만원. 하지만 각종 할인이 적용되고 있어 실구매가는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프리미엄 주행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에게 BMW 118d M스포츠 모델은 효율적인 선택이 될 듯 하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