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근거지를 두고 불법 선물·주식거래 사이트를 조직적으로 운용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430억원을 가로챈 5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휴대전화 운세 무료상담 사기,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외국 복권 구매대행 사기 등도 다양한 수법으로 범죄수익을 국외로 빼돌린 뒤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태국서 무허가 선물·주식거래 사이트 13개 운영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이모(56)씨에게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13개 혐의가 적용됐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5월 태국 방콕에서 무허가 선물·주식거래 사이트를 개설했다. 회사를 차려 총무, 개발, 프로그램 개발, 주식 운용 등 4∼5개 팀을 두고 자신이 회장직을 맡았다. 사이트 수는 13개로 늘었고, 다수의 매체에 광고해 정상적으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것처럼 위장한 뒤 회원을 유인했다.
실시간 시세와 연동한 화면은 회원들을 현혹했다. 특히 회원들이 가끔 최소한의 수익을 내도록 정교한 체계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이씨는 2017년 10월까지 이들 사이트를 유지했다. 이씨는 5년간 회원 231명에게 총 430억원을 송금받아 가로챘다.
18년간 해외 거주하며 사이버 범죄…범죄단체조직은 아냐
이씨는 지난해 4월 태국에서 강제 송환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재판에서 "사기 의도가 없었고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이씨가 운영한 회사를 범죄단체조직으로 보고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만큼 범죄 수익 몰수나 추징을 명령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적으로 허황한 사행심을 조장,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끼쳐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사기 등으로 취득한 막대한 범죄수익을 국외로 은닉해 그 이익 대부분을 향유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공범들에게 허위 진술을 독려했다"며 "피해자들에게 끼친 막대한 해악 등을 고려할 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가 운영한 회사 임직원 일부도 검거돼 이미 징역 3∼4년이 확정됐다.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외국 복권 사기까지…수법도 다양
이씨는 2002년부터 사이버 범죄까지 시작했다. 휴대전화 운세 무료상담이 출발점이었다. 무작위로 문자를 발송, 전화가 오면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게 해 정보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3,500만원을 가로챈 뒤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2005년에는 베트남에서 이른바 '세븐포커', '바둑이', '고스톱' 등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7개월 사이 10억원을, 2007년에는 태국에서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2년가량 불법 운영해 11억원을 각각 챙겼다. 2016년 베트남에서 외국 복권 구매대행 사이트를 개설, 81명으로부터 송금받은 7,000만원을 편취했다. 이씨는 외국인 명의의 한국 계좌로 송금한 뒤 환치기 방법으로 다시 태국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범죄수익 중 169억원을 국외로 빼돌렸다. 이씨는 검거 전까지 18년간 태국과 베트남에 머물며 고급 외제 차를 타고 콘도 등에서 호화롭게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