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스포츠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본업인 유통산업과 야구단 인수를 통한 스포츠와의 협업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유통·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SK텔레콤과 조만간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SK와이번스는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 방식과 인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 1995년 현대그룹이 태평양 돌핀스를 470억원에 인수한 점, 최근 두산 채권단이 두산 베어스 적정가를 2,000억원으로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2,000억원 이상이 전망된다.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는 정용진 부회장이 강조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미래인 체험형 공간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 인수를 통해 유통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 부회장은 쇼핑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이마트 점포 리뉴얼에 전체 투자금액의 30%를 쏟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지난 2016년 국내에서 첫 오픈한 쇼핑 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하남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미래를 체험형으로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프로야구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마트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시너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프로야구 관중의 경우 관중 대부분이 젊은 세대가 많아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접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로야구 관중의 60%는 20·30대 관객들로 이들에게 이마트 브랜드를 새롭게 알리고 후발 온라인 중심 유통업체들에 뺏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되찾을 좋은 기회라는 분석이다. 야구의 경우 대표적인 도심 속 스포츠로 이마트는 이 점에 착안한 시너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포츠단은 유통·식품사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좋은 도구로 통했다. 과거 오비맥주가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오비베어스 구단을 운영한 바 있다. 오비맥주는 두산그룹 소속으로 있다가 1998년에 AB인베브로 매각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오비베어스는 두산베어스로 팀 이름을 남기며 두산그룹에 남았다. 최근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두산베어스가 매물로 나와 오비맥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실제로 협상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야구 관중 입장이 거의 안 되면서 수익이 급한 상황에서 야구단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계열사인 롯데캐피탈로부터 5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단 경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경영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 인수에 대해 “SKT와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의 발전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협의가 진행 중으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SK그룹이 야구단 매각 대금을 향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SK와이번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매각 협상 등 실무는 SK텔레콤에서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첨단소재나 친환경,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는 중인 만큼, 관련한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야구단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