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단독] 공기업 구내식당까지 '신의 직장' 됐다

고용 안정·호봉제 보장 정규직화

공공일자리 질 제고에 청년 쏠림

작년 서울교통공사 신입 조리원

합격자 85%가 자격증 갖춘 2030

비숙련 근로자 문턱 높여 '아이러니'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사진 제공=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로고 /자료제공=서울교통공사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표 사업장인 서울교통공사에서 급식 조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더니 최종 합격자의 85%를 청년층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내식당 등에서 일하는 급식 조리원이 고용 안정, 호봉제가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로 바뀌면서 청년층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규직의 조건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요구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면서 비숙련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이 25일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2020년 후생조리(조리)직 면접 합격자 명단’을 분석해보니 합격자 54명 중 20대는 35명, 30대는 11명으로 2030이 85%를 차지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7명, 1명에 불과했다. 합격자의 평균연령은 30.5세다. 합격자들은 전원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사의 채용 과정은 필기시험(NCS·국가직무능력표준)→인성 검사→ 면접→ 신체검사로 이뤄지는데 면접 합격자는 사실상 최종 합격자나 다름없다.



공사가 공고한 채용 계획을 보면 조리 직종은 단체 급식 조리 및 배식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집단 급식소의 식단을 작성하고 배식을 관리하는 영양사 직군과는 별도다. 공사가 지난 2017년 5월 31일 출범한 후 신입 사원 채용 전까지 뽑은 조리원 49명의 평균 나이는 52세, 조리사 자격증 소지율은 49%에 불과했다. 업무는 급식 조리, 배식으로 기존과 같은데 순식간에 청년과 조리사들이 선호하는 ‘신의 직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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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근로 조건 개선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시행된 후 기간제 근로자를 뽑지 않는다. 조리원도 차량 승무, 기술, 역무, 사무 등 일반직과 동등한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임금 역시 일반 직원과 같은 호봉제에 편입되고 근속 승진 대상이 된다.

지방 공기업의 경영 정보를 공개하는 행정안전부 클린아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신입 사원 평균임금은 3,312만 원이었고 직원 전체 평균임금은 6,941만 원이다. 근로조건이 향상되니 채용에도 엄격한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조리원 채용 때 다른 직군과 동등하게 NCS 등 필기시험을 요구했다. 조리 분야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없으면 지원을 할 수 없다. 반면 기존에 기간제로 채용됐던 조리원은 ‘신체 건강한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었다. 자격증 소지 여부, 식당 근무 경력은 가산점 대상이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공공 일자리의 질만 올리고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는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3월 300인 이상 기업 3,520곳의 고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22.6%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었고 파견·용역·도급 등 ‘사업장 소속 외 근로자’는 18.3%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결국 민간 기업은 기간제 근로자가 필요한 일자리에 기간제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민간 부문의 정규직화까지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 의원은 “공공 기관의 무분별한 정규직화가 정규직 전환자와 신규 공채 직원 사이의 불평등을 조장할 뿐 아니라 동시에 비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 문턱만 높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누구를 위한 정규직 전환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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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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