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중 유동성 회수에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과도하게 풀린 자금으로 인해 과열된 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경제와 성장률에 큰 타격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금 수요가 폭증하는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앞둔 26일(현지 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780억 위안을 공개시장 조작으로 거둬들인 것은 중국 통화 당국의 거품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인민은행의 유동성 회수가 일회적이고 규모도 작지만 의미 있는 ‘신호’를 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통화 당국이 ‘값싸고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 수요를 초과해 쌓여가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고, 유동성을 에너지 삼아 부풀고 있는 자산 시장을 잡아야 할 때라고 중국이 판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지만 경제 위기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2% 이상 성장했는데 이는 세계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다른 주요 국가보다 빠르게 경제 안정에 성공한 중국은 무엇보다도 자산 시장 버블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마쥔 칭화대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초점을 일자리 확대나 인플레이션 관리로 옮기지 않는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자산 버블이 계속될 것”이라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자산 매입을 통해 막대한 양의 현금을 풀었고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실물경제에 활력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자산 시장 거품을 유발하는 게 문제다. 실제로 미국과 한중일 증시 모두 주식시장 주요 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나가고 있다.
시장에서도 중국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인민은행의 유동성 회수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주식시장의 항셍지수는 2.7% 하락하며 발작적 반응을 나타냈다. 중국 통화 당국은 앞으로 통화량 관리에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지난 25일 “금융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를 제한하면서 경제 성장을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장’보다는 ‘리스크 제한’에 방점이 있는 발언이다.
주요2개국(G2) 가운데 중국이 먼저 움직인 이상 세계의 눈은 미국 통화 당국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경제 상황이 목표치와 아직 멀다”며 당분간 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미국 자산 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크다. 현재의 거품 논란은 2000년의 정보기술(IT) 버블과 재앙적 결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미국 언론들이 연일 지적하고 있다.
이날 중국의 유동성 회수 우려는 코스피에도 큰 여파를 몰고 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14% 내린 3,140.31에 마감했다. 지수가 3,200 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원상 복귀한 것이다. 개인이 4조 2,215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 2,501억 원, 1조 9,753억 원 규모를 팔면서 코스피는 급락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연 등을 하락장의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중국에서 나온 통화 긴축 시그널도 급락의 배경이라는 설명이 많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유동성 회수 조치 단행해 780억 위안(약 120억 달러) 회수에 나섰다”며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미국 연준까지 덜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드러낸다면 주식시장의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유동성 회수에 매우 민감해진 상황”이라면서 “미국보다 중국이 경제 정상화 속도가 빨라 통화정책 정상화도 먼저 나타날 수 있어 인민은행의 유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이완기 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