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충격을 받은 가운데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하는데 성공했지만 코로나19 3차 확산이 진행 중인 만큼 경제가 회복했다고 보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1.0%로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지난해 등 세 차례뿐이다. 연간 성장률은 2018년 2.7%, 2019년 2.0%로 서서히 낮아지더니 코로나19 충격으로 크게 주저앉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한은 조사국이 내놓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1.1%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4분기 성장률이 1.1%를 기록하면서 3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코로나19는 내수에 집중적으로 충격을 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연간 민간소비는 -5%를 기록하면서 1998년(-11.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민간소비는 연간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하면서 1989년(-3.7%) 이후 가장 크게 뒷걸음질 쳤다. 수입 역시 3.8% 줄어들면서 2009년(-6.9%)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민간 충격을 정부가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만회한 모양새다. 지난해 민간 부문의 연간 성장률 기여도는 -2%포인트인 반면 정부는 1%포인트를 기록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019년 대비 2020년 성장률 하락 폭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충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온라인 쇼핑 기반이 발달해 소비 위축을 막은 데다 하반기 이후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3차 확산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2019년 4분기 GDP를 1로 봤을 때 지난해 4분기 GDP는 0.99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가 0.93으로 지난해 1분기(0.94)보다 악화된 상황이다. 3차 확산이 1차나 2차 확산 때보다 확진자 수가 많고 11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연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괜찮았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