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 동력에 시너지 효과가 없다면 과감하게 털어라.’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 체질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아버지가 정성을 기울인 사업이라도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는 과감하게 매각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경영계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SK·LG 등 대기업 총수들이 과거의 선단식 경영에서 탈피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 패권 전쟁에 대비해 핵심 사업이나 될성부른 초기 사업에 집중하는 ‘실용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05층 규모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층수를 낮춰 2개 동 내지 3개 동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야심작이라 어느 임원도 언급을 주저했지만 정 회장은 명분보다 실리(實利)를 택했다. 정 명예회장의 꿈이었던 마천루를 포기하는 대신 미래자동차와 모빌리티 연구개발(R&D)에 재원을 쏟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최근 미국 로봇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는 혁신과 변신 그 자체다. 지난 2000년 인수해 SK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SK와이번스를 20여 년 만에 매각하기로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을 뒤로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에 방점을 찍으면서 용단을 내렸다.
또 미국·중국·대만 등 글로벌 경쟁자들과의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 원에 인수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린 것도 최 회장의 뚝심을 보여준다.
40대로 ‘젊은 총수’로 통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패기를 앞세워 LG혁신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만년 적자 사업으로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마트폰 분야 철수를 검토중이다.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핵심 사업이지만 그룹 전체의 미래를 내다보고 용단을 내렸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2014년 방산 부문을 대거 정리하는 등 사업 역량을 반도체·전자·바이오·배터리 중심으로 재편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