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넘버 원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새롭게 생겨난 ‘테크그룹’이다. 테크그룹은 기존 국민은행 내 정보기술(IT) 그룹과 데이터전략그룹이 통합 편제된 것으로 국민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 테크그룹을 이끄는 윤진수 부행장은 26일 서울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테크그룹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블록체인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을 가속화해 은행의 민첩성을 확보하고 최고의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윤 부행장은 삼성전자·삼성SDS·현대카드 등을 거쳐 국민은행에 합류한 디지털 전문가다. 그는 금융사가 최고의 플랫폼이 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 윤 부행장은 “모든 금융지주의 올해 전략에 금융 플랫폼 이야기가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금융 산업에 영향을 주는 변화들이 시작됐고 이런 변화에 살아남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데이터 3법 통과, 마이데이터 및 마이페이먼트 사업 도입, 전자금융법 개정 등이 이뤄졌고 금융 산업의 개방이라는 큰 흐름도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플랫폼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 부행장은 “국민은행도 이번에 ‘플랫폼 조직’으로의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했다”며 “오랜 기간 준비해온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공 시나리오를 써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있다 금융권으로 온 윤 부행장이 보는 일반 기업과 금융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윤 부행장은 “삼성도 조직 규모가 큰 기업이 갖고 있는 절차의 복잡함과 소통의 부담으로 인한 의사 결정 측면, 그리고 속도감 측면에서 아쉬움은 있었다”며 “다만 어떤 일을 계획하든지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압박감과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부행장은 “국민은행에 합류한 시점인 지난 2019년 초 윤종규 회장과 허인 행장의 DT에 대한 변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쉬운 점은 최고경영진의 생각이 제도적인 부분, 혹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기도 했다는 것”이라며 “기존 방식으로 전체적인 틀을 깨기에는 변화와 절박감의 강도가 조금 약한 부분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부행장은 “원격 근무와 화상 미팅의 일상화로 조직 문화의 변화가 가속화된 느낌”이라며 “국민은행의 넘버원 플랫폼 기업을 위한 여정에 제가 맡고 있는 테크그룹이 기반 역할을 할 수 있게 우공이산의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