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제조하는 LG이노텍(011070)이 숨 고를 새도 없이 질주 중이다. 애플의 신형 아이폰 판매 호조와 자율주행차 부품 업체로서 역량을 재평가받으며 최근 석 달간 50%가량 뜀박질했지만 국내 대다수 증권사가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문다는 의견을 밝히며 LG이노텍의 목표가를 잇따라 올려 잡았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이노텍은 전 거래일 대비 6.65% 상승한 22만 4,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 중 23만 8,000원까지 솟구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전일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3% 증가한 6,81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이폰 신형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끌어올렸고 수요 강세가 지속되면서 애플은 LG이노텍에 10~30% 수준의 카메라 모듈 설비 증설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 업계는 LG이노텍에 대한 보고서를 쏟아냈다. 지난 10월 말부터 주가가 47.7% 솟아오르며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를 표출할 법하지만 이들은 전장 부품 업체로 체질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 삼아 반등 여력이 충분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NH투자증권이 목표 주가를 21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크게 높였고 삼성증권(24만→26만 원)·메리츠증권(22만→25만 원) 등 총 20개 증권사가 목표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미래차가 확고한 트렌드로 부상하며 전장 부품 사업의 구조적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에서 이미 업계 선두급 지위를 확보했고 향후 차량사물(V2X) 센서 등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카메라 수는 12~13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미 실적 턴어라운드는 가시화 중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전장 부품 사업부는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영업이익 내 아이폰의 비중은 지난해 66%에서 오는 2023년 44%까지 축소되고 전장 부품이 그 자리를 메꿀 것으로 예측된다. 또 LG전자가 마그나와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히면서 애플 전기차에 부품 공급을 도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가판 소재, 전장 부품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애플카 부품 공급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주 고객인 애플이 스마트폰 카메라 공급망에서 신규 벤더를 추가한다는 점은 디스카운트 요인이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저평가 상태이며 위험을 상쇄할 카드도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수준으로 써니옵티컬·오필름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49.6%가량 할인됐다. 또 공급 구조 변화에 따른 실적 부담은 센서 시프트 등 고부가가치 기술의 채용 확대로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쟁 심화 가능성을 고려해도 현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라면서 “카메라 스펙 향상으로 판가 상승, 마진 확대 등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