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방식으로 진행되는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공사에 대한 불공정한 계약조항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공사비가 더 들어도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능하다거나 일방적으로 도급계약을 해지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등 불공정한 특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건설공제조합은 27일 건설산업연구원에 의뢰한 ‘부동산신탁계약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재개발, 수익형 부동산 개발 등 사업과 관련해 신탁사와 시공사 간 공정한 계약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시공사가 신탁사에 토지를 위탁해 사업을 진행한 다수의 계약서류를 검토한 결과 ▲책임준공의무 ▲계약금액조정불가 ▲손해배상책임 전가 ▲일방적 도급계약 해지 등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시공사에 불리한 각종 특약이 삽입돼 있고, 위탁자 등 계약상대방의 계약해지 권한을 제한하는 등 불합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물가가 상승해 공사비 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도급공사비의 조정이 불가능하거나, 신탁사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도 시공사가 자체 자금으로 책임준공을 해야 하는 등이다. 신탁사가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시공사는 일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다. 시공사로부터 수탁받은 신탁재산에 대해 신탁회사가 거의 아무런 통제 없이 임의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에서 불공정계약으로 규정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이 같은 불공정한 신탁계약 내용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는 지속적인 공사 수행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감내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부실분양,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분쟁 등 발생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 “신탁사가 분양대행사, 시공사,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위탁자나 수분양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위험을 시공사에게 전가함으로써 공사지연과 부실공사를 초래해 관련자 사이의 분쟁발생 요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상 금융위 심사요청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금융위원회 심사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약관 외 계약서류 전반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가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위의 신탁계약 내용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처벌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개발사업은 이전에 비해 사업 규모와 사업추진 방식이 보다 거대해지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신탁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시공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특약조항을 개선하는 것은 향후 부동산개발사업을 포함한 건설사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