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고위 관계자가 “르노는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 있으려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8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8회 산업발전포럼에서 “한국의 규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최악이고 모든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법인세 등이 글로벌 동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르노의 스페인 공장과 한국 공장의 환경을 비교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인건비와 규제, 세금 등 환경이 스페인 공장에 비해 부산공장이 열위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27.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5%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재산세의 경우 3%수준으로 스페인(2%), 터키(1%) 보다 훨씬 높다.
부산공장은 인건비 또한 경쟁 생산기지인 스페인 공장에 비해 훨씬 높다. 부떼 CFO는 “스페인의 인건비는 부산공장의 62% 수준으로, 스페인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부산공장보다 1,100달러 정도 더 싸다”며 “부산공장이 생산볼륨을 가져가려면 더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르노삼성은 지난해 최악의 생산량을 경험했고 수익 하락은 엄청났다”며 “르노삼성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11만6,166대를 생산해 17만7,450대를 만든 2019년보다 34.5% 생산량이 감소했다. 10.5% 늘어난 내수를 제외하면 수출물량은 같은 기간 9만591대에서 2만227대로 77.7% 급감했다.
부떼 CFO는 “정부의 자금 지원 대상이 지금보다 늘어나고 세금이 줄어야 한다”며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모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지난 21일 르노삼성은 적자 탈피를 위한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했다. 부산공장의 경쟁력 입증과 인원감축을 위한 것으로, 전체 임원 중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하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회사의 무능하고도 무책임한 경영진들의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