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7일.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 업체인 ‘게임스톱’ 이사회에 한 행동주의 투자자가 주주 서한을 보낸다. 애완동물 쇼핑몰인 ‘츄이’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억만장자 라이언 코언이었다. 게임스톱 지분 10%를 지닌 그는 사업 모델을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등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두 달이 채 안 된 이달 13일. 코언은 게임스톱 이사진에 전격 합류한다. 이 소식은 개미 투자자들을 들뜨게 만들었고 게임스톱의 주가 광풍을 몰고 오며 미국 증시를 흔들고 있다.
게임스톱의 모태는 1984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동문인 제임스 맥커리와 게리 쿠신이 댈러스에 설립한 소프트웨어 소매 업체 ‘배비지스’다. 비디오게임 판매로 돈을 번 뒤 1994년 미네소타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합병했지만 2년 만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운명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에 팔린 후 바뀌었다. 이름을 게임스톱으로 바꾸고 각국 게임 유통 업체를 줄줄이 인수해 2012년에는 매장이 6,700개에 달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 발달은 오프라인에 특화된 게임스톱에 치명상을 입혔다. 매출은 급감했고 2018년에는 사상 최대 적자로 매각론까지 불거졌다. 코언은 게임스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 등장한 것이다.
코언의 이사회 합류 후 치솟은 게임스톱 주가가 27일에만 134.8% 뛰며 347.51달러까지 올랐다. 회사 가치에 의문을 가진 헤지펀드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공매도에 나섰지만 개미들이 집단 매수하며 연초 이후 19배로 폭등했다. 공매도 업체들이 주가 급등에 따른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메우려 다른 주식을 매도하면서 뉴욕 증시가 이날 2% 넘게 하락했다. 급기야 백악관이 “게임스톱 등의 주가 폭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개미들이 모처럼 공매도 업체를 이기며 벼락부자가 탄생하고 있지만 거품이 꺼질 때 참상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게임스톱의 광풍은 동학 개미들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코스피 3000’을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유동성에 기댄 버블이 무너진 뒤 개미들 상처까지 보듬어줄지 의문이다.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되새길 때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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